장하나 “골프인생 후반전은 삶의 가치 느끼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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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기쁨도 순간, 공허함 밀려와… 가족 행복 위해 국내무대 복귀”

미국여자프로골프(LPG)투어 생활을 접고 국내 무대로 돌아온 장하나(오른쪽)가 23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김연숙 씨를 위로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투어 생활을 접고 국내 무대로 돌아온 장하나(오른쪽)가 23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 김연숙 씨를 위로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미리 적어온 글을 읽어 내려가던 장하나(25)가 울먹였다. 딸 뒷바라지를 하느라 늘 고생한 부모를 향한 고마움을 표시할 때였다. “아버지는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될 만큼 늙으셨다. 어머니는 힘든 내색 한번 하지 않으셨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아버지 장창호 씨(65)와 어머니 김연숙 씨(66)도 눈시울을 붉혔다.

23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장하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포기하고 국내 복귀를 결정한 배경에 대해 “그동안 나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더 늦기 전에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승의 기쁨은 잠시였다. 시상식을 마친 뒤 텅 빈 방에 돌아오면 공허함이 몰려왔다. 진정한 행복이 뭘까 수천 번 자문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복귀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어머니였다. 늦둥이 외동딸인 장하나는 2015년 LPGA투어 진출 후 아버지와 객지 생활을 했다. 홀로 남겨진 어머니는 지난해부터 우울증과 불면증 등에 시달리며 약에 의존해 왔다. 장하나는 “어머니가 너무 지치고 외롭게 지내시는 걸 보고 결심을 굳혔다”고 털어놓았다. 장창호 씨는 “아내가 1년이면 330일을 혼자 지내느라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인지와 연관된 가방 사건은 이번 결정과 무관하다는 게 장하나의 입장이었다.

장하나는 2019년까지 LPGA투어 출전권을 확보해 둔 상태다.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꿈의 무대’를 스스로 걷어찬 데 따른 아쉬움은 없어 보였다. “세계 최고를 좇던 골프 선수로서의 삶은 반환점을 돌았다고 봅니다. 후반전에는 순위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진짜 소중한 가치가 뭔지 느끼며 살고 싶어요.”

24일 마니산 가족 여행을 떠난다는 장하나는 국내 복귀전인 다음 주 제주 롯데칸타타오픈 때도 어머니를 모시고 가기로 했다. “어머니와 전국 맛집 투어를 자주 다닐 겁니다. 골프를 관둔 게 아닌 만큼 국내 투어에서도 초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해야죠. 국내 통산 8승 중 메이저 우승이 두 번뿐인데 큰 대회에 집중하려고요. 화끈한 세리머니 기대해 주세요.”

어머니 김 씨는 “37년 동안 식당 하며 어디 제대로 놀러간 일도 없다. 이제 딸과 좀 다녀야겠다. 집안이 늘 고요하고 깜깜하기만 했는데 요즘은 사람 사는 집 같다. 하나 서른 전에 결혼시키고 싶다. 중매 좀 서 달라”며 웃었다.

다시 하나가 된 장하나 가족 모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골퍼 장하나#제주 롯데칸타타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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