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철희]프레임 전쟁

이철희 논설위원 입력 2017-05-02 03:00수정 2017-05-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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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요즘 부쩍 ‘적폐’라는 단어를 다시 입에 올린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중심으로 한 ‘반문(반문재인) 연대’ 움직임을 “적폐 연대”라고 몰아붙이며 공세를 편다.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가른다는 비판을 받자 공식 선거전 개시 이후 잠시 자제했던 ‘적폐 프레임’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그냥 버리기에 아까울 만큼 적폐 프레임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다. 규정한 틀(프레임)에 상대를 가두기 위해 전략적 핵심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파한다. 이를 위한 상대방 흠집 내기가 바로 네거티브다. 상대가 씌운 프레임에 한번 걸리면 헤어나기 쉽지 않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안철수 후보일 것이다. 한 여론조사 결과 네거티브 공격에 지지층이 이탈하는 정도가 안 후보에게서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한다. 최근 지지율이 크게 빠진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안 후보의 대응도 서툴렀다. 최악의 실책은 TV토론에서 “제가 갑(甲)철수입니까. 제가 MB(이명박) 아바타입니까”라고 따져 물은 것이다. 프레임 이론가인 조지 레이코프가 일찍이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경고한 사례를 몰랐을까. “워터게이트 사건에 휘말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TV연설에서 ‘저는 사기꾼(crook)이 아닙니다’라고 말한 순간 모두가 그를 사기꾼으로 생각하게 됐다.” 상대의 공격을 반박하려고 상대의 언어를 쓰면 결국 유권자 머릿속엔 더욱 강한 이미지로 남게 되는 ‘프레임의 덫’에 걸리고 만다는 얘기다.

▷프레임은 선명해야 한다. 레이코프도 중도층을 겨냥한답시고 자신의 진영 반대쪽으로 이동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니 안 후보 같은 중도파는 프레임 전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뜻한 보수’를 내세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마찬가지다. “살인범은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 않는다”는 한마디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프레임 전쟁은 결국 정치를 양극단으로 치닫게 만든다. 그 해악은 그렇게 이긴 승자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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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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