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軍, 부국으로 가는 길]‘토종 헬기’ 수리온 “강습침투 임무 수행완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첨단장비-작전능력 탁월… 美 치누크-블랙호크에 손색없어
KAI, 인도네시아 등 수출 추진… 세계시장 30% 점유 목표

지난달 중순 육군2작전사령부가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FE)과 연계해 실시한 기동예비전력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특공 부대원들의 헬기 침투 장면이었다.

200여 명의 장병은 수리온(KUH-1)과 치누크(CH-47), 블랙호크(UH-60) 등 18대에 헬기에 나눠 타고 가상 적 테러 현장 상공에 순식간에 도착한 뒤 ‘패스트 로프(Fast Rope)’로 신속하게 강하했다. 무사히 땅에 안착한 특공부대원들은 팀별로 집결지로 이동한 뒤 국가 중요시설을 점령한 가상의 테러 세력을 찾아내 격멸하는 작전을 완수했다.

외국 기종에 손색없는 ‘토종 헬기’의 힘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기반으로 제작된 해병대용 상륙기동헬기가 해군 함정에서 이·착함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올해 말부터 2023년까지 30여 대의 상륙기동헬기를 군에 납품할 계획이다. 상륙기동헬기가 실전 배치되면 해병대의 상륙작전 반경과 기동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기반으로 제작된 해병대용 상륙기동헬기가 해군 함정에서 이·착함 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올해 말부터 2023년까지 30여 대의 상륙기동헬기를 군에 납품할 계획이다. 상륙기동헬기가 실전 배치되면 해병대의 상륙작전 반경과 기동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이 훈련에서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은 단연 주목을 받았다. 미국 기종(치누크, 블랙호크)에 견줘도 전혀 손색없는 실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기 때문이다. 육군 관계자들은 “수리온이 실전 배치되면서 유사시 더 신속하고 효과적인 강습침투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군 전력에서 헬기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매년 세계 각국의 군사력 순위를 집계, 발표하는 ‘글로벌파이어파워(Global Firepower)’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한국군이 운용 중인 헬기는 약 700대에 달한다. 보유 대수로는 세계 4위의 헬기 강국인 셈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좀 다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수입한 외국산 헬기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헬기 도입 비용과 수리부속 구매 등 운용 유지에 많은 외화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회전익(헬기) 항공기를 개발하려면 고도의 항공 기술력과 많은 예산이 들어가 국산화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다. 독자적으로 헬기를 개발한 나라가 미국과 유럽 등 10여 개의 항공 선진국에 불과하다는 게 그 증거다.

그러나 노후 헬기 교체 등 자주 국방력 강화와 관련 기술 축적, 세계 헬기 시장 도전을 목표로 국방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형 헬기 개발을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물이 2012년에 탄생한 수리온이다. 수리온 개발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을 주관하고, 98개 국내 협력업체와 많은 연구소와 대학이 참여했다.

민관군 항공 기술력의 결집체인 수리온의 성능은 동급의 외국 헬기를 능가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영하 32도에서도 최고 시속 270여 km로 운항이 가능하다. 분당 150m 속도로 상승해 백두산 높이의 고도에서 안정적으로 호버링(제자리 비행)도 할 수 있다. 또 4축 자동비행조종장치(AFCS)가 적용돼 조종사가 별도 조작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호버링과 수평 기동을 할 수 있다. 자동비행시스템과 야간항법 장비, 3차원 전자지도 등 최첨단 장비를 탑재해 탁월한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 KAI 측은 “수리온 개발을 통해 국내 헬기의 개발 기술력은 59% 수준에서 84%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수리온의 끝없는 진화

다목적 헬기로 개발된 수리온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육군 기동헬기로 첫 임무를 시작한 이후 상륙기동헬기(해병대용)와 의무후송전용헬기, 경찰헬기, 소방헬기, 산림헬기, 해양경찰헬기 등 현재까지 모두 6개의 파생형 헬기로 거듭나면서 우리 군의 전력과 국민 안전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수리온 기반의 상륙기동헬기(MUH-1)는 2013년 7월 개발에 들어가 2015년 1월 초도비행에 이어 함정·해상 환경에서 비행 테스트를 끝내고 지난해 개발을 완료했다, 올해부터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함정 갑판에서 운용이 용이하도록 주회전날개를 접을 수 있고, 기체가 바다 염분에 부식되지 않도록 제작됐다. 기체 하부에는 헬기를 물에 띄우기 위한 ‘비상부주장치(공기주머니 주입용 가스압축장치)’도 설치됐다. 또 지상·함정 기지국과의 장거리 통신용 무전기와 전술항법장치(TACAN), 보조연료탱크 등도 추가됐다.

해병대는 상륙기동헬기가 배치되면 독자적인 상륙작전 능력을 높이고, 작전 반경 및 기동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군 장병들의 소중한 생명을 책임질 의무후송전용헬기(KUH-1M)도 지난해 개발을 마무리했다. 이 헬기는 우리 군의 응급환자 구조 및 후송, 국가 재난 시 구제지원 임무를 맡게 된다. 중증 환자 2명 처치 및 최대 6명의 환자를 동시에 수송할 수 있다. 환자 인양장비(호이스트·hoist)와 산소공급장치, 심실제세동기, 인공호흡기 등 첨단 의료장비들도 갖췄다. 또 기상레이더와 지상충돌경보장치 등 다양한 비행안전 장비를 갖춰 산악과 도서 등 험준한 지형과 악천후 및 야간에도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능력도 향상됐다.

수리온은 정부 기관용 헬기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수리온 관용 헬기는 현재까지 총 9대가 계약됐다. 현재 경찰에서 운용 중인 3대는 높은 가동률로 이미 1000시간 무사고 비행을 달성했다. 해양경찰·소방·산림헬기로도 개발되어 올해부터 납품이 시작된다. 수리온 기반의 다양한 국산헬기 개발·양산은 헬기 구매와 운용 유지에 필요한 외화 유출을 크게 감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들의 성장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기관이 수리온 도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공기관용 헬기 도입 시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 외화유출 방지 등을 고려해 국산 헬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방산무기의 공공조달에서 자국산 우선 구매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KAI 관계자는 “수리온의 해외 수출 상담을 할 때마다 한국 정부가 수리온을 얼마나 운용하는지를 질문받는다”고 말했다. 국산 헬기의 국내시장 진출 확대가 수출 지원으로 직결된다는 의미다.

‘수리온에 발톱을…’ 힘 받는 국산 공격헬기 개발론


수리온은 현재 개발 중인 소형무장 및 민수헬기(LAH·LCH) 사업의 기반이 됐다. 이 사업은 수리온(8.7t)과 차별화된 소형(4.9t) 무장·민수헬기를 동시에 개발하는 것이다. 다양한 국산 헬기가 갖춰지면 해외시장 공략도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헬기 기술력의 정점인 공격헬기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KAI의 국산 초음속고등훈련기인 T-50(골든이글)을 기반으로 개발된 경공격기 FA-50은 우리 군은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방산 수출의 첨단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이끈 ‘일등공신’이다. FA-50 개발로 축적된 항공무장 기술력은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의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국내 방위·항공산업을 도약시킨 T-50의 성공 신화를 수리온에서도 재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군에서도 무장형 공격헬기 도입 소요가 생겼다. 군은 올해 말부터 전력화되는 상륙기동헬기를 지원하고, 북한의 서북도서 도발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한 상륙공격헬기를 확보해 해병대 항공단을 창설할 계획이다. 수리온 기반 상륙기동헬기와의 호환성을 고려할 때 국산 상륙공격헬기를 운용하는 것이 군 작전능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상륙기동헬기와 소형무장헬기 개발로 공격헬기의 독자 개발을 위한 기술여건도 충분히 성숙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생형 헬기 개발로 확보된 기존 기술에 LAH 개발에 쓰일 헬기 무장 기술 등이 더해지면 상륙공격헬기 개발에 필요한 주요 기술은 대부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능과 안전성을 갖춘 합리적 가격의 수리온 무장형 공격헬기의 개발 여부는 해외에서도 관심사다. KAI 관계자는 “아직 국산 상륙공격헬기 개발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군이 요구하는 성능의 공격헬기를 적기에 전력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의 ‘러브콜’을 수출 결실로

뛰어난 성능이 입증된 수리온에 대해 해외 시장의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수리온급 다목적 헬기의 세계 시장 수요는 1000대 이상으로 평가된다. 국내 최대 방위산업체인 KAI는 이 가운데 30%를 점유해 300대 이상을 수출하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를 위해선 첫 수출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의 첫 발을 내딛는 게 중요하다. KT-1 기본훈련기와 T-50 고등훈련기 등 한국산 항공기를 도입, 운용 중인 인도네시아, 이라크 등이 수리온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간 한국산 항공기의 운용 과정에서 성능과 안전성, 원활한 후속지원 등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덕분이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군·관용으로 운용하고 있는 200여 대의 헬기 가운데 다수가 노후해 교체가 시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KAI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방산업체(PTDI)와 공동 마케팅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에 착수하기도 했다. PDTI는 KAI가 주도하는 KFX 사업의 공동개발 파트너다. KAI 측은 “T-50 수출 사례에서 보듯이 수리온도 첫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에서 헬기 입찰 참여 시 해당 국가에서 기술 이전 등의 각종 산업협력과 항공기 구입자금 지원 등을 요청해와 범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수리온#헬기#국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