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공약 “실현성 떨어지는 인기영합주의”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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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통신기본료 폐지… 업체별 4兆 적자 유발
안철수, 데이터 무제한制… 속도 낮아 실효성 의문

“한 달에 1만1000원씩 내는 통신 기본료를 완전 폐지하겠다.”(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

“모든 국민에게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제공하겠다.”(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이 잇달아 가계 통신비 인하 공약을 발표했다. 후보들은 통계청 자료 기준으로 지난해 14만4001원(2인 이상 가구)이었던 월평균 가계 통신비를 줄이겠다며 여러 공약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상당수는 실현 가능성이 적은 인기영합주의에 기댄 공약이라는 평가가 많다.

문 후보가 내세운 통신 기본료 완전 폐지 공약은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 1만1000원씩 연간 13만2000원의 기본료를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5500만 명을 대상으로 일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이동통신사가 안게 될 부담은 7조 원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 국내 이통사 3사 영업이익(약 3조6000억 원)의 두 배 수준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기본료를 모두 깎아주면 통신사들은 일제히 3조∼4조 원대 적자 기업으로 바뀐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데이터 사용료를 올리거나 망 투자 및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내놓은 ‘온 국민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가격 결정에 대한 기업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이 많다. 가입한 데이터 용량을 모두 소진한 후에도 추가 요금 부담 없이 낮은 속도로라도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사업자 간 차별적 서비스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요금제를 강제하는 공약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모든 요금제에 ‘안심 데이터’ 같은 옵션을 추가 비용 없이 넣으라는 이야기인데 요금제 설계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본 데이터 소진 이후에 낮은 속도로 데이터를 쓰게 하겠다는 부분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빠른 속도로 여러 데이터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낮은 속도로 떨어지면 제대로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안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내놓은 제4이동통신 출범 공약 역시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여러 차례 제4이동통신 도입을 추진했지만 시장성을 낮게 본 대기업들의 불참으로 10년간 실현되지 못했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4이동통신은 수조 원의 투자비가 드는 사업”이라며 “선뜻 나설 후발주자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은 문 후보와 안 후보의 통신 공약을 평가하는 자료를 내고 “재원 마련이나 제도 개편의 구체적 방향성이 없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윤문용 녹소연 정책국장은 “남은 대선 기간에 후보들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가계통신비 정책으로 재정비해서 공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대선#공약#통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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