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 공격음모 적발… 佛대선에 ‘테러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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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佛국적 20대 용의자 2명 체포… 숙소서 IS깃발-총기-폭발물 발견
軍-경찰 병력 5만명 비상경계
피용, 사르코지 지지확보 등 상승세… 후보 4명 4%P 안팎 박빙 승부


23일 프랑스 1차 대선을 앞두고 3위를 달리고 있는 우파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를 겨냥한 테러가 모의됐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선거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프랑스 경찰은 18일(현지 시간) 남부 마르세유에서 대선 후보 캠프를 상대로 총기와 폭발물을 이용해 테러를 감행하려 한 테러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국적의 마히에딘 메라베(29)와 클레망 보르(23)다.

이들의 숙소에서는 검은색 이슬람국가(IS) 깃발과 함께 단검과 장검 등 흉기류, 자동소총, 고성능 액체폭탄 TATP를 만들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됐다. TATP는 2015년 파리 바타클랑 극장 테러와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뤼셀 공항 테러 때 쓰인 폭탄이다. 두 용의자는 2015년 감옥에서 만나 급진화됐으며 프랑스 정보기관의 감시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숙소에선 이 중 한 명이 IS 깃발 앞에서 한 손에는 자동소총을, 다른 한 손에는 1면에 피용의 사진이 실린 르몽드 일간지를 들고 있는 동영상이 발견됐다. 그 동영상에는 ‘눈에는 눈으로’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피용은 18일 저녁 북부 릴에서 열린 집회에서 “프랑스는 오늘 요란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그 존재를 상기시켜준 테러리즘으로 인해 국가비상사태에 놓여 있다”며 “조국에 무기를 들이대는 프랑스인들의 국적을 박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간 르피가로는 “피용이 캠페인 내내 테러에 대한 강력 대처를 주장한 데다 정통 가톨릭 집안 출신인 점에서 테러 집단의 타깃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찰은 용의자들이 노린 테러 대상이 누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피용 캠프는 지난주 이 두 명의 용의자로부터 공격 가능성을 경고 받았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7일 니스 유세 때 피용에게 방탄조끼를 입으라고 권유했으며 대테러 경찰과 저격수도 출동시키기도 했다.

그동안 프랑스 언론은 선거에 임박해 대선 후보를 겨냥한 테러가 발생할 경우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우려해 왔다. BFM TV는 “이번 테러 위협이 캠페인을 더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피용은 극우 성향의 국민전선(FN) 마린 르펜과 중도 에마뉘엘 마크롱에게 7∼8%포인트 차로 뒤져 있다가 최근 상승세를 타며 그 격차를 3∼4%포인트로 줄였다. 18일에는 경선 경쟁자였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도 이끌어냈다.

르펜 캠프에서는 “프랑스 북부에 살던 용의자들이 왜 마르세유에 갔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19일 르펜의 마르세유 유세가 예정돼 있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라며 이 사건이 르펜을 겨냥한 테러라고 주장했다. 르펜은 “우리 모두는 100% 위험에 처해 있다”며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르펜은 17일 파리 유세에서 당선 시 이민자 수용을 당분간 즉각 중단한다는 ‘모라토리엄’ 공약을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5만 명이 넘는 경찰과 군인을 전역에 배치해 테러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와 피뒤시알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23.5%), 르펜(22.5%)에 이어 피용은 19.5% 지지도로 3위를 기록했다. 19%를 기록한 급진좌파 후보 장뤼크 멜랑숑까지 상위 4명의 후보가 4%포인트 안팎의 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층도 여전히 30%에 달해 선거 결과는 여전히 예측불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대선#피용#사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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