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급한 불 끈 대우조선,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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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재조정 마무리, 남은 과제는


“엄격한 이해관계인의 손실 분담 원칙을 유지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8일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마무리된 뒤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혔다. 대우조선이 채무 재조정의 급한 불을 끄고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기업어음(CP) 투자자들의 동의까지 받아내면 대우조선은 이르면 이달 말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2조9000억 원을 지원받는다.

임 위원장은 이날 “자율적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안 될 경우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로 간다는 원칙과 방식은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의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정부 주도 대기업 구조조정의 한계를 또 한 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형 러스트 벨트’ 대책 없어…결국 대마불사

대우조선 구조조정은 ‘시장에서 실패한 한계 기업-국책은행 인수-국책은행 관리 실패-대규모 추가 지원’의 악순환을 보여주는 선례로 남게 됐다. 기업 구조조정은 오너에게 경영 책임을 물어 지분을 대폭 감자한 뒤 국책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영권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근 동부제철, STX조선해양, 현대상선 등이 모두 이 과정을 거쳤다.

대우조선도 2000년 산은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한 기업이다. 그러나 산은이 부실을 신속하게 털어내고 새 주인을 찾아주지 못하면서 구조조정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산은은 자체 관리 부실로 무너진 기업을 2015년 10월 이후 총 7조1000억 원의 혈세를 들여 두 번이나 ‘셀프 구제’했다는 오명을 안게 됐다.

이번 구조조정에서 ‘한국판 러스트 벨트(쇠락한 산업도시)’를 재생시키기 위한 종합대책이 빠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이 막대한 조선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면 대우조선의 파산을 대비한 대체 산업 육성, 일자리 대책, 지역재생 등의 총체적인 구조조정 플랜이 필요하다. 하지만 과거 구조조정처럼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책임을 떠넘겨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대마불사’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대우조선이 도산하면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으니 연명치료를 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만큼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부실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 컨트롤타워와 산업 전략 부재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야기된 정치적 혼란기의 경제 컨트롤타워의 부재 현상도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이 도산할 경우 59조 원의 사회·경제적 피해가 전망된다며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전제로 한 피해액은 17조 원”이라는 다른 관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구조조정안을 확정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 불참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조선업에 대한 비전과 전망, 대우조선의 회생 가능성 등 산업 전략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시장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국민연금공단 등 사채권자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우조선이 채무재조정의 큰 산을 넘었지만 경영 정상화까지의 과제가 만만치 않다. 임 위원장은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대우조선의 철저한 경영 쇄신과 자구 노력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3%짜리 저금리 대출(2조9000억 원)에 안주해 나사가 풀리지 않도록 자금 조달 구조를 시장성 차입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산은은 회수에 연연하지 말고 빨리 대우조선을 매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채무재조정#구조조정#대우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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