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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대학교육, 수십년전 커리큘럼 머물러”

입력 2017-04-03 03:00업데이트 2017-04-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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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한양대 과기정책과 교수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12년간 박사와 연구원으로 연구했고 대통령과학기술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등을 지낸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58·사진)는 “교육과정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한 국내 인재는 기계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은 기계 알고리즘이나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빅데이터나 알고리즘을 제대로 아는 교수가 한국에 한 명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김 교수는 “교수들이 아무도 읽지 않는 쓸데없는 논문을 쓰는 데만 온 정신을 쏟고 정작 학부 교육에는 신경을 못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학 수업은 수십 년 전 커리큘럼과 동일하게 이뤄진다.

김 교수는 “교육부는 두뇌한국(BK)21플러스 사업을 없애서 교수를 논문으로부터 해방시키고 학부 수업에 ‘올인’(다걸기)하게 해야 한다”며 “인공지능은 당장 논문 쓸 게 없는데 논문 많이 쓰는 대학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니 4차 산업혁명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몇 가지 전공 기초과목은 필요하지만 그런 과목을 단순히 많이 가르치는 건 이제 중요하지 않다. 데이터를 많이 알고 분석하는 건 기계가 더 빨리 잘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집중해야 할 건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종합적 사고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공필수 과목 위주의 졸업이수 요건은 정리해야 한다. 김 교수는 “조선업이 쇠퇴하고 있는데 학생에게 왜 전공필수 과목만 듣게 하느냐”며 “다른 학과의 지식도 배워 창의성을 키우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MIT처럼 공대생도 인문학적 과목을 다양하게 들어야 거기서 학문 간 연결이 일어나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방문한 미국 스탠퍼드대의 한 교수로부터 이런 일침을 들었다고 전했다. “여기선 논문만 쓰는 교수를 ‘루저(loser)’라고 불러요. 얼마나 아이디어가 없고 돈 되는 게 없으면 그럴까 싶어요. 제대로 된 교수들은 기업체에서 갖고 온 프로젝트를 학생들과 수행하느라 정신없죠.”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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