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8명 구속됐는데 20년 보좌 정호성에 책임 떠넘긴 대통령

동아일보 입력 2017-02-07 00:00수정 2017-02-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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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 씨의 9차 공판에는 최 씨의 대통령 연설 수정을 처음 폭로한 고영태 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고 씨는 “더블루케이의 실질 운영자는 최순실 씨로 내 회사라면 내가 왜 (최 씨에게) 잘렸겠냐”고 반문하며 자신이 ‘실질 운영자’라는 최 씨 주장을 반박했다. 더블루케이는 재벌들로부터 288억 원을 거둔 비영리법인 K스포츠재단의 돈을 자연스럽게 빼먹기 위해 최 씨가 설립한 컨설팅업체다. “최 씨는 40년 지기로 평범한 주부로 생각했다”고 밝힌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과 천양지차다.

고 씨는 최 씨가 운영하는 의상실을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도 “최순실이 차은택에게 장관이나 콘텐츠진흥원장 자리가 비었으니 추천해달라고 해서 그게 이뤄지는 것을 보고 또 예산 같은 걸 짜기 시작했는데 그 예산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봤을 때 겁이 났다”고 증언했다. 박 대통령은 최 씨의 국정 개입에 대해 ‘문화 쪽 인사만 추천했고, 그 추천도 다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인사와 예산에 대한 최 씨의 입김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 씨는 또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뿐 아니라 외교부 대사나 심지어 민간기업 인사까지 전방위로 간여한 사실이 특검 조사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3일 자신의 탄핵 심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13쪽짜리 의견서에서 국회에서 지목한 13가지 탄핵 소추 사유는 물론 4개월에 걸친 검찰 및 특검의 수사 내용까지 모두 부인했다. 그럼 최근까지 18명의 구속자를 포함해 검찰 및 특검에 의해 형사 처벌된 22명이 모두 억울한 누명을 썼단 말인가. 그렇게 떳떳하다면 청와대의 압수수색도 거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청와대 자료를 자진해서 제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각종 기밀자료가 유출된 데 대해 “정호성 비서관에게 연설문, 말씀자료 이외의 다른 자료를 최서원(최순실 씨의 개명 후 이름)에게 보내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국가기밀 유출은 정 비서관의 ‘과잉 충성’이 빚어낸 일이지, 대통령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20년 가까이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정 비서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참으로 볼썽사납다. 국민은 정직과 책임을 잃은 최고지도자에 대한 신뢰를 거둘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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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고영태#대통령#정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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