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연극인 불이익 오래됐다…노골적 검열·지원금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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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월 2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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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산순례길 페이스북 캡처
사진=안산순례길 페이스북 캡처
박근혜 정부가 문화체육계의 정치·사상 검열을 위해 작성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실체가 밝혀진 가운데 이해성 연출가는 정부의 검열이 전부터 공공연하게 있었다고 주장했다.

극단 고래의 대표인 이해성 연출가는 2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작년부터 몇 차례의 검열 사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연출가는 “12월 6일에 (자신의 이름이)블랙리스트 명단에 들어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광진구 나루아트센터에서 ‘빨간시’ 첫 공연을 했을 때였는데, 크게 당혹스럽지는 않았다. 작년부터 연극계 내에서 블랙리스트 소문이 돌고 있었고, 검열 사건도 많이 터졌다. 그래서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걸 확인했다고 당황하진 않았다”고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이해성 연출가는 “‘안산순례길’, ‘팝업씨어터’ 등(이 작품들을 만든) 젊은 연극인들에게 실질적인 검열이 많이 있었다.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들이)지원금 심사에서 배제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또한 “우리는 작년 여름부터 계속 투쟁 중이었다. 거리극 ‘안산순례길’의 경우에는 지원금 심사에서 노골적으로 배제됐으며, ‘팝업씨어터’라는 타이틀로 공연한 ‘이아이’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다는 이유로 공연 도중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이 소란을 일으켰다”며 작품이 정부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직접적인 압박과 방해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순수예술 분야인 연극은 입장료 수입만으로 운영되기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해성 연출가는 “연극계 내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많아서 아예 지원금 제도를 없애버리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연극계의 공연 횟수가 굉장히 줄었고 어떤 극단들은 개점휴업 상태에 있다”고 정부의 검열 때문에 연극계가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해성 연출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드러난 후 ‘검열백서’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열백서’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부역자들과 그들의 행위들을 기록한 책으로, 이해성 연출가는 검열백서에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사실과 사건만 기록할 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화부역자 기준에 대해 굉장히 심도 깊게 논의하고 있고,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 기록한다. 기록된 것은 당사자에게 보내서 항변할 기회를 줄 것이다. 이 과정 자체가 하나의 기록이자 역사가 되지 않을까”라며 올해 연말에 1차 검열백서가 발간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문화계 인사 9473명의 이름이 적힌 문서를 의미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일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의혹을 받고 있는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 중에 있다.

김은향 동아닷컴 수습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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