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국회보다 수준 높은 230만의 ‘촛불 혁명’

동아일보 입력 2016-12-05 00:00수정 2016-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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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인 3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횃불처럼 타올랐다. 주최 측 추산 232만 명(경찰 추산 42만 명)이 참가해 지난주 5차 집회(주최 측 190만 명, 경찰 추산 33만 명)를 넘어선 헌정사상 최대 규모의 촛불 시위다. 박 대통령이 11월 29일 3차 대국민담화에서 임기 단축을 여야 합의에 맡겼음에도 6차 시위 참가자들이 더 늘어난 것은 탄핵을 모면하려는 박 대통령과 우왕좌왕하는 국회에 대한 분노가 더 커졌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어제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9일 ‘조건 없는 탄핵 참여’로 태도를 바꿨다. 성난 촛불 민심이 여의도 새누리당사까지 몰려가자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을 받드는 게 시급하다”며 ‘내년 4월 퇴진, 2선 후퇴’를 대통령이 7일까지 밝히면 탄핵하지 않겠다던 당초 결정을 번복했다. 국민의당이 3일 새벽 탄핵안 발의를 서두른 것도 촛불 여론을 의식해서였다. 대통령에 대한 문책을 놓고도 각자의 정치적 득실만 따지는 여야를 촛불로 대변되는 민의가 탄핵안 처리 쪽으로 이끈 것이다.

 법원은 이번에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지점까지 집회와 행진을 처음 허용했다. 대통령의 헌정질서 유린에 분노한 시민들이 평화적인 의사 표현을 통해 사실상의 집회 허가제를 무력화시켰다는 의미가 있다. 검찰이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가 필요하다”며 법치를 세우려 한 것도 11월 12일 100만 명이 참가한 촛불 시위 다음 날이었다. 헌법 전문대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의 수준을 기득권 정치나 제도가 못 따라 온 셈이다. 정당이 제 할 일을 못하니 국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법치주의와 헌정질서에 따라 대통령에게 맡긴 주권을 회수하는 혁명과 같은 일을 하게 됐다.

 촛불 시위에선 박 대통령 즉각 퇴진과 구속 등 다양한 외침이 쏟아지지만 민심은 결국 ‘우리들의 자손’에게 부끄럽지 않게 물려 줄 제대로 된 나라를 이참에 우리 손으로 다시 세우자는 것이다. 광장에서 이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일부 보수층에서 좌파세력의 조직적 동원이나 선동에 따른 것으로 폄훼, 매도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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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들도 역동적이면서도 평화롭게 진행되는 촛불 집회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촛불 집회에 대해 “김치만큼이나 한국적”이라면서 “깜짝 놀랄 만한 정치적 행동의 표출”이라 평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박 대통령의 퇴진 지연 전술을 비판하며 “지금 서커스를 끝냄으로써 약간의 품위는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주에 퇴진 시점을 분명히 밝힐지, 또 9일 탄핵안 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촛불의 향배가 달라질 것이다.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탄핵 표결과 상관없이 여야는 향후 정치일정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 촛불 민심의 후폭풍에 대비해 탄핵 표결 이후의 정국 수습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 있는 국회의 역할이다.
#박근혜#촛불 혁명#촛불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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