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좌담]‘崔게이트’ 門연 국민과 언론…‘촛불에너지’ 승화시켜야

김동원 기자 , 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문학과 4년 입력 2016-12-02 03:00수정 2016-12-02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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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 농단과 언론 책무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본사 회의실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유종헌 미디어연구소장, 강무성 조화순 위원, 이진강 위원장, 신용묵 안민호 박성원 위원.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헌정질서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치닫는 요즘이다. 국정 혼란기일수록 언론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기 마련이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8일 ‘최순실 국정 농단과 언론 책무’를 주제로 토론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엄청난 사건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동아일보가 그동안 관련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진단했는지 반성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보도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논의해 보겠습니다.

 이진강 위원장=“병든 최순실 게이트가 열리자 고약한 악취가 진동하고 병균들이 문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병균을 유발하는 쓰레기 더미가 문 앞에 쌓여 있다. 병리학자들은 병균의 원인을 밝혀내느라, 의사들은 달려들어 진단하느라 야단이다. 하지만 집 주인과 식구들은 법 절차에 따라 방역소독과 격리를 취하라고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해 관계자들은 각자 이해관계를 따지며 묘수를 짜내고 있지만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병든 집안에 빗대어 봤습니다. 관련 보도들을 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박성원 위원=
먼저 권력의 부패 비리를 감시해야 할 언론 종사자로서 제 역할을 다했으면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기반성부터 해봅니다. 싹이 처음 보였을 때는 2014년 청와대 문건 사건입니다. 당시 일부 드러난 비선 실세에 대해 충분히 파고들 수도 있었지만 최순실이라는 더 큰 실체에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올 7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의혹이 처음 보도되기 시작했을 때 석연치 않은 단서가 있었지만 국정 농단으로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을 파헤치지 못했던 것도 반성합니다.

 이 위원장=
그래도 언론이 최순실 게이트의 문을 열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 견해를 듣겠습니다.

 조화순 위원=초기의 언론 보도는 다양한 사실과 풍문이 혼재되어 있었습니다. 어디까지가 팩트(사실)에 기반한 것인지, 충분한 근거 자료조차 없던 것도 많았거든요. 초기에 팩트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일부 언론이 보도함에 따라 혼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위원장=
국정 개입 내용이 담긴 태블릿PC를 한 방송사가 보도하면서, 각 언론이 이 사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동아일보를 비롯한 언론 보도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안민호 위원=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에서 동아일보는 다른 매체에 비해 첫 출발이 많이 뒤졌습니다. 9월 국정감사를 통해 이 문제가 다뤄지고 있었는데 10월 20일경 관련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고, 급기야 태블릿PC 문제가 불거지면서 본격적으로 보도에 나섰습니다. 많이 아쉬운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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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묵 위원=하지만 의미 있는 기사도 있습니다. 10월 22일자 ‘우병우 의혹 점검이 꼭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식물 정부가 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라는 내용의 이슈 점검 기사와 11월 7일자 ‘분노의 에너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글도 의미 있게 봤습니다. 아쉬운 점은, 제목은 흥미롭게 뽑아놓고 실제 기사를 읽어 보면 알맹이가 없거나 논설조의 주장만 있는, 팩트가 부족한 기사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국 상황을 보도할 때는 제목과 내용이 최대한 일치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위원장=타 매체들이 의혹 폭로 기사를 쏟아낼 때, 엄청난 정국의 소용돌이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해서 동아일보의 몇몇 보도가 눈에 뜨인 면도 있었다고 봅니다. 대통령의 95초 담화문을 다룬 10월 26일자 1면 머리기사는 방향은 괜찮았습니다만 기사의 제목 ‘후속조치 없는 사과’는 ‘진정성 없는 사과’로 뽑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10월 15일자 4면.

 강무성 위원=
사건 초기에 동아일보도 몇몇 최순실 관련 보도를 했지만, 국감장에서 정치인들의 주장을 전달하는 것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전경련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라는 기사(10월 15일자)는 좋은 보도였다고 봅니다. 최순실 게이트 핵심 중 하나는 정경유착이니까요. 행정 사법 언론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면, 그와 관련한 개혁을 다루는 보도도 이어져야 합니다. 시위에 참여했던 시민들은 다음 날 동아일보 1면에 현장감이 생생하게 전달되지 못했다고 느낀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안 위원=시위 관련 현장 보도는 방송에서 아예 생중계를 해버리니까, 신문에서는 뭘 쓸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을 것으로 봅니다. 신문은 보도 차별화를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 위원=
단순한 현장 보도보다 대안을 모색하는 보도가 동아일보에서 많이 기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가의 진로와 관련된 헤드라인이나 좀 다른 메시지를 동아일보가 주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최근 탄핵 또는 하야를 놓고 우리 정치사회에 어떤 임팩트가 올 것인가 예상하는 기사들도 있었는데 의미가 컸다고 생각해요.

11월 14일자 A1면.

 이 위원장=
앞서 각 분야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더 큰 혼란을 막는 방법은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탄핵 절차 밟으라’는 11월 14일자 1면 사설은 무척 돋보였습니다.

 강 위원=탄핵이냐 하야냐 하는 문제를 정치적 시나리오의 틀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대신 동아일보가 가장 공명정대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제시하기를 바랍니다. 시민들이 탄핵하라고 하는 것이 공명정대한 것이면, 국회의원들은 국민 의견을 수렴해서 탄핵 절차를 밟는 것이 공명정대한 것이겠죠.

 이 위원장=정치인들은 국회의 탄핵 의결 정족수 계산에 분주합니다.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탄핵은 대통령에 대한 파면입니다.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실제 형벌보다도 더 무서운 것입니다.

 신 위원=독자들은 사이다 같은 기사를 원합니다. 검찰 포토라인에 선 사람이 기자를 노려본다든가 하는 태도는 더 크게 꾸짖었어야 합니다.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서 취재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조 위원=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정치권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 같습니다. 탄핵이라는 이슈가 정작 최순실 게이트가 가진 많은 구조적 문제점을 덮어 버릴 것 같아 두렵습니다. 차가운 눈으로 계속 추적하길 바랍니다.

 박 위원=우리나라가 나중에 가장 큰 후회를 남기지 않을 선택은 무엇인가에 집중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최순실’을 가능하게 한 그 무엇에 대해 끝까지 추적하겠습니다. 촛불로 나타난 국민의 에너지를 어떻게 모아 나갈지도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이 위원장=회의 첫머리를 ‘병든 집’이라는 글로 시작했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국민과 언론이 열었습니다. 이것을 국민과 언론이 다시 잘 닫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혼란스러운 정국이 잘 마무리돼서 국민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정리=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문학과 4년
#최순실 게이트#박근혜#촛불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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