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좌담]‘애꿎은 피해’ 없게 알리고… ‘올바른 시행’ 이끌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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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을 보는 독자의 눈과 동아일보의 눈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9일 본사 회의실에서 ‘김영란법을 보는 독자의 눈과 동아일보의 눈’을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유종헌 미디어연구소장, 강무성 위원, 이진강 위원장, 신용묵 안민호 박성원 위원.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9일 본사 회의실에서 ‘김영란법을 보는 독자의 눈과 동아일보의 눈’을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유종헌 미디어연구소장, 강무성 위원, 이진강 위원장, 신용묵 안민호 박성원 위원.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처음 겪는 변화인 만큼, 논란이 없어지지 않는 요즘이다. 김영란법 얘기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9일 ‘김영란법을 보는 독자의 눈과 동아일보의 눈’을 주제로 토론했다.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임박했습니다. 관련 분야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혼란 속의 대응 분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법 시행과 관련한 동아일보 보도를 중심으로 얘기를 나눠 보고자 합니다.

 이진강 위원장=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해 언론의 많은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동아일보는 문제점들의 맥을 잘 짚었는지,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보도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논의해 보겠습니다. 먼저 동아일보 보도 내용과 방향에 대해 설명을 듣겠습니다.

 박성원 위원=크게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 이전과 이후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헌재 결정 이전까지는 사회 부패 척결과 관련한 필요성과 법안 내용의 위헌성 등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그러나 합헌 결정 후에는 당초의 입법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국민에게 진솔하게 알리는 데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이 위원장=
언론사 자체가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문제점을 더욱 강하게 비판하거나, 혹은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나요.

 강무성 위원=언론인이 당사자여서 그런 뉘앙스로 다루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법의 긍정적인 면, 시행 이후의 효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법 집행이 공정하게 되지 않는다면 되레 흉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짚어주는 기사도 필요합니다.

 신용묵 위원=국민들은 이 법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법을 고치지 않고 정착이 된다면 좋지만, 정비 없이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견해도 많습니다.

 안민호 위원=언론의 기능엔 의제를 설정하는 어젠다 세팅과 독자에게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문제점 지적에만 치중하면 실용적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에게 실용적 정보 제공을 위해 문답풀이 같은 고정 코너를 만들면 어떨까요.

7월 6일자 A1면.
7월 6일자 A1면.
 조화순 위원=동아일보가 7월 6일부터 8회에 걸쳐 연재한 ‘김영란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된다’ 시리즈는 독자의 이해를 돕는 측면에서 돋보였습니다. 법의 그물은 목표물이 구체적이어야 하고 그물망은 촘촘해야 하는데, 김영란법은 누구나 덮을 수 있을 정도로 그물이 크긴 하지만 누구나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9월 9일자 ‘수사지침―직종별 Q&A’ 기사는 정보 제공 측면에서 좋았습니다.

 이 위원장=맑은 사회를 위해 이 법이 필요하지만, 문제점도 있습니다. 언론도 놓친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앞으로 감안해야 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 법에 관련된 사람이 400만∼420만 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분석입니다. 이 법은 전 국민이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법 5조에 누구든지 부정한 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는데, 권익위에서 말하는 숫자는 상대자(받는 사람)만 감안했지, 청탁하는 사람은 포함하지 않은 것입니다. 주는 사람은 전 국민이 될 수 있기에, 적용 대상이 모든 국민이 되는 ‘엄청난 법’이라는 것을 언론이 주의 깊게 봤어야 합니다.

7월 13일자 A6면.
7월 13일자 A6면.
 안 위원=문제점을 지적한 기사가 많이 있었는데, 제대로 반영이 안 되는 분위기인 것 같습니다. ‘깨끗한 사회 만들기’라는 명분 앞에서 문제점을 계속 부각시키기 어려운 측면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법을 어기는 것이 되고 또 어떤 것은 허용이 되는지 직종별로 세세하게 안내해 줘야 합니다.

 조 위원=이 법이 원래 취지와는 별개로 국민 사생활 규제나 과잉 입법의 소지가 있다는 데에 동의합니다. 법이 대상이 되는 기관과 사람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처벌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어 감시사회의 도구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위원장=청탁을 받는 공무원 등이 자의적으로 청탁 여부를 판단하여 신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법에 저촉될 수도 있다’는 핑계로 공무원들이 평상적인 민원 업무를 피하는 현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강 위원=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습니다. 법 집행의 관리가 잘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해야 합니다.

 신 위원=지켜야 하는 법, 즉 금지와 관련된 법에 대해서 주관적 해석이 많으면 법의 신뢰가 무너지기 쉽죠. 추상적 규정이 너무 많고 주관적 해석이 많으면 오히려 신뢰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주관적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박 위원=청탁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진 점이 있습니다. 청탁을 하는 사람으로 따지면 대상이 전 국민이 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을 그저 청탁 조항 하나로만 생각하고 세부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청탁이 아닌 일반적인 민원 사항을 제도가 다 해결해 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 깊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법이 원래 취지에 맞게 잘 시행될 수 있게 보도 방향을 고민하겠습니다.

 신 위원=이 법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라는 두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금지’의 세부조항들이 너무 추상적입니다. 또 ‘예외 규정’이라고 써놓은 것도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할 수가 없고요. 제대로 안내를 받고 싶을 텐데 답답해할 겁니다.

 강 위원=7월 29일자 동아일보 사설을 인터넷에서 봤는데 댓글이 많이 달렸더군요. 사설 내용은 반드시 그렇지 않은데, 반응은 ‘부정청탁 부패 없애자는데 왜 방해하느냐’는 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야기를 잘못 꺼내면 다수 논리에 의해 함몰될 수 있기에,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안 위원=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맹목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시행되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 위원=김영란법으로 계속 지칭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법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부정청탁 금지법’으로 부르고, 김영란법이라는 말을 괄호에 넣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입니다.

 이 위원장=카를 구스타프 융의 자서전에서 나온 말로 마무리를 하고자 합니다. ‘앞을 향한 개혁, 즉 새로운 방법 또는 묘안을 통한 개혁은 지금 당장은 확실하겠지만 길게 볼 때는 의심스럽고 비싼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 선인들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잘못된 것은 성급함에서 나온다.’ 김영란법의 시행에 부정적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국민들께 제대로 알려서 문제가 있는 것은 털어내고 올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조화순 위원은 개인 사정으로 회의에 불참했지만 별도 문건으로 보내온 의견을 좌담 형식에 맞게 정리했습니다.)
 
정리=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최형진 인턴기자 연세대 국문학과 4년
#김영란법#사회#부정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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