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靑에 퇴진시점 명시 요구할수도… 탄핵은 마지막 선택”

이재명기자 , 장택동기자 입력 2016-12-02 03:00수정 2016-12-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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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탄핵정국]與 ‘대통령 4월말 퇴진’ 당론 확정
잡은 손 놓는 비박과 민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와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비박(비박근혜)계 황영철 의원이 1일 국회에서 대화를 나눈 뒤 손을 뿌리치며 헤어지고 있다. 뉴스1
 새누리당 비주류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대신 질서 있는 퇴진에 힘을 실어주면서 ‘탄핵 정국’이 ‘퇴진 정국’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비주류가 동참하지 않으면 야권 성향 의원들만으로는 탄핵안 가결정족수(200명)를 맞출 수 없다. 야권으로선 촛불 여론의 눈치를 보며 부결되더라도 탄핵을 강행하든지, 탄핵 추진과 더불어 제3의 카드를 모색해야 할지 고민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3차 담화의 함정에 빠졌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퇴진 시점을 놓고 여야가 협상에 들어가더라도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말 퇴진’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같은 날 새누리당 비주류 핵심인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나 “탄핵안을 지금 통과시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내년 1월 말 종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늦어도 내년 1월에는 박 대통령이 물러나 3월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여야 사이에 퇴진 시점을 두고 3개월이란 간격이 있는 셈이다. 여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다음 주 초 선제적으로 퇴진 시점을 밝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퇴진 정국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 다시 탄핵 정국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 탄핵에 등 돌린 새누리당 비주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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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전 대표는 이날 추 대표와의 회동 뒤 기자들을 만나 “내년 4월 말 박 대통령의 퇴임이 결정되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3단계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먼저 여야가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을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어 여야 합의가 안 되면 새누리당의 당론을 받아 박 대통령이 직접 퇴진 시점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만약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히지 않는다면 그땐 마지막 단계로 탄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전 대표는 이런 과정이 없다면 야권이 5일이든 9일이든 탄핵안 처리를 시도해도 참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비주류의 변심(變心)은 전날 동아일보의 긴급 설문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설문에 참여한 비주류 31명 중 25명이 ‘탄핵 직행’보다 ‘선(先) 여야 협상’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여야 협상이 없는 상태에서 탄핵안이 상정되면 탄핵안에 반대하거나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의원이 17명이었다. 사실상 야권과 새누리당 비주류 간 탄핵 공조가 깨진 셈이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2일 긴급회의를 열어 야권의 탄핵안 처리 재시도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 퇴진 시점 협상 가능할까


 새누리당은 내년 4월 말 박 대통령 퇴진, 6월 말 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한 뒤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와 안정적 정권 이양’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보다는 ‘당 쇄신 작업과 대선 경선을 위해 최소한 6개월은 필요하다’는 현실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건으로 박 대통령뿐 아니라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만큼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하지만 야권 주류인 민주당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생각은 다르다. 촛불민심이 타올랐을 때 대선을 치러야 승산이 높기 때문이다. 추 대표가 헌재의 탄핵 심판 기간이 두 달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속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은 탄핵으로 가도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나기까지 4, 5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탄핵안이 통과돼도 내년 4월경에나 박 대통령 퇴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야의 주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엇갈린 상황에서 과연 퇴진 시점을 정치적으로 조율할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 박 대통령, 다음 주 퇴진 시점 밝힐 수도

 청와대는 새누리당의 ‘내년 4월 퇴진’ 당론에 대해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담화 기조대로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여야의 공식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퇴진 시점을 밝히면 정치적 논란만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여야 협상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야권이 설정한 탄핵안 처리 데드라인(9일)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퇴진 시점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비주류의 탄핵 참여 명분을 없애려면 퇴진 시점을 명확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주류가 설정한 퇴진 시한 공개 시점은 7일이다. 다음 주 초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히는 4차 담화를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탄핵과 퇴진 정국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를 해야 할 처지다.

이재명 egija@donga.com·장택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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