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4월 퇴진’ 놓고 우왕좌왕 국회, 촛불민심 두렵지 않나

동아일보 입력 2016-12-02 00:00수정 2016-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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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국회는 대통령 탄핵과 조기 퇴진 문제를 놓고 종일 요동쳤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4월 퇴진-6월 대선을 당론으로 정하고 야당과 협상하기로 했다. 비박(비박근혜)이 사실상 탄핵 주장을 접은 셈이다. 비박의 ‘회군’에 야 3당 대표가 ‘2일 탄핵’을 논의했으나 국민의당이 “부결되면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거부했다. 그러자 국민의당에 ‘새누리당 2중대냐’ 같은 비난이 쇄도했고 다급해진 국민의당은 ‘5일 탄핵’을 당론으로 정했다. 야권은 주말 촛불 민심을 본 뒤 비박에 5일 본회의 처리를 압박할 작정인 듯하다.

 10월 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대한민국 정치권이 보여 준 우왕좌왕과 무능은 어떤 말로 비판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국민의 신임을 배신한 박 대통령에게 야권은 2선 후퇴와 국회 추천 총리를 요구하더니 대통령이 수용하자 총리 추천에 합의하지 못했다. 정국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에게 유리한 ‘대통령 즉각 퇴진’에 매달리다가 박 대통령이 퇴진 일정을 정해달라고 하자 협상을 거부했다. 추미애 대표는 어제 새누리당 비주류 핵심인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나 ‘대통령 1월 말 퇴진’을 타진하기도 했다.

 탄핵 가결의 열쇠를 쥔 새누리당 비박계는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 제시에 ‘웰빙족’ 체질을 버리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이다. “야당이 탄핵에 잔머리를 굴리는데 새로운 보수를 만들고,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의미에서 탄핵 발의에 앞장서겠다”던 김 전 대표는 ‘30시간 회군 법칙’을 깨지 못하고 대통령이 4월 퇴진을 밝히면 탄핵으로 안 가는 게 좋다고 말을 바꿨다. ‘주변 관리만 잘못한’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폐족(廢族)이 될 운명이던 친박(친박근혜)만 아무 반성 없이 기사 회생의 호기를 맞은 형국이다. 이렇게 자기 살 궁리만 하는 무책임한 정치권 때문에 ‘봉건시대에도 가능하지 않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 사유화가 가능했던 것이다. 

 국회가 대통령의 퇴진 시한을 정하고 대통령이 그에 맞춰 퇴진하는 것은 초헌법적인 발상이어서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국정 공백으로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고통을 겪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정국 수습은 하루가 급하다. 여당이 ‘4월 퇴진, 6월 대선’을 당론으로 정한 이상 야당은 여당과 협상을 하는 것이 옳다. 당초 탄핵소추의 데드라인으로 정했던 12월 9일 직전까지 퇴진 일정과 절차, 대통령 퇴진 이후 차기 대선을 관리할 과도내각의 총리에 합의하고 대통령에게 제시하는 것이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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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까지 합의가 안 되면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탄핵소추를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여야가 협상을 벌인다며 대통령의 퇴진 일정을 질질 끌어선 안 된다. 임기 단축에 부정적이던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수용한 것도 탄핵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개헌이나 검찰 수사 수용 등에서 이미 수차례 말을 뒤집은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친박의 재기를 막고 법치주의를 확립하며 역사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도 협상과 탄핵 절차를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탄핵도, 조기 퇴진 협상에서도 결실을 거두지 못하면 박근혜·최순실에게 쏠렸던 촛불 민의의 분노는 국회를 향할 것이다.
#촛불집회#박근혜#탄핵소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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