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순실 국정농단의 배경, 대통령 조사 안할 수 있겠나

동아일보 입력 2016-11-03 00:00수정 2016-11-0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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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 대해 직권남용 공범과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씨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자금 774억 원을 기업들에서 뜯어냈고, 개인 회사 더블루케이로 K스포츠재단 기금에서 용역·사업비 명목으로 7억 원을 빼가려 했다는 혐의다. 그러나 최 씨의 국정 농단 관련 수사는 제자리걸음이어서 검찰이 과연 국민적 의혹을 풀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대통령 권력을 업고 일개 사인(私人)인 최 씨가 국정과 인사에 개입하고 세금을 사적(私的)으로 유용한 것은 물론이고 사학(私學)의 학칙까지 바꾸는 등 무소불위의 전횡을 자행했다는 점이다. 정권마다 측근 비리가 빠지지 않았지만 최 씨처럼 권력자의 조력 아래 조폭을 방불케 하는 전방위 갑질을 한 일은 없었다. 대한민국 전체가 ‘열심히 노력할 필요 없다’는 자포자기에 빠질 만큼, 최 씨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어렵게 일궈온 민주주의 가치체계를 무너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씨가 긴급체포된 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작년 12월 개·폐막식 공사업체를 선정한 뒤 더블루케이가 스위스 건설회사를 끌어들여 공사를 가로채려 한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삼성이 지난해 최 씨 모녀가 소유한 독일 스포츠컨설팅회사 코레스포츠에 280만 유로(약 35억 원)를 직접 건네 컨설팅 계약을 맺은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최 씨가 대체 어디까지 나라와 기업을 도륙했는지 헤아리기 어려울 지경이다.

 검찰은 삼성까지 움직인 최 씨의 배경인 박 대통령 수사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최 씨 수사에 비겁했던 검찰이지만 그래도 정권 말이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제시한 ‘재단 자금 유용 등 불법 행위’ 가이드라인에서 수사가 마무리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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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국정농단#평창 동계올림픽#더블루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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