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측근, 취임식때 숭례문을 ‘오방색 천’으로 덮자며 압력”

전승훈기자 , 김정은기자 입력 2016-10-27 03:00수정 2016-10-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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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국정농단 어디까지
‘대통령 취임식’ 총감독 윤호진씨 증언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당시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희망이 열리는 나무’(오방낭 복주머니) 제막식 행사가 당초에는 국보 1호 숭례문 전체를 오방색 천으로 감싸는 대형 행사로 기획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취임식 행사 총감독을 맡았던 뮤지컬 ‘명성황후’ 연출가 윤호진 씨(홍익대 교수)는 26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최 씨 PC에서 발견된 ‘오방낭’ 프로그램은 대통령 취임식 한복을 디자인했던 김영석 씨(53)가 기획했던 것”이라며 “김 씨는 당초 화재로 불탔다가 복원된 숭례문 전체를 대형 오방색 천으로 감싼 뒤 제막하는 행사를 하겠다고 고집했다”고 밝혔다.

 
‘오방낭 나무’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2월 취임 행사 때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색깔의 조각보로 만든 주머니인 ‘오방낭’이 주렁주렁 매달린 ‘희망이 열리는 나무’ 앞에서 기념 발언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윤 씨는 “아직 복원공사가 완벽히 끝나지 않아 소방방재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숭례문에 천을 씌울 경우 화재 위험이 있어 반대했다”며 “김진선 당시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도 김 씨의 제안에 곤혹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윤 교수는 또 “결국 김 위원장이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 끝에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오방낭’ 복주머니에 국민들의 소망을 담는 행사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방낭은 청, 황, 적, 백, 흑의 오색 비단을 사용해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만든 전통 주머니다. 우주와 인간을 이어주는 기운을 가져 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공개된 최 씨의 PC에서 ‘오방낭’ 초안 사진이 담긴 파일이 발견되면서 대통령 취임 행사에 최 씨가 직접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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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 당시 ‘오방낭’ 조형물 박근혜 대통령 취임 행사 때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 설치됐던 대형 ‘오방낭’ 조형물. 동아일보DB
윤 교수는 “취임식 행사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개입과 마찰을 겪어 이 정권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며 “적당히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 김 위원장과 내가 ‘실세’들의 말을 듣지 않고 행사를 진행해 그런 듯하다”고 말했다. 취임식 행사 준비에 참가한 한 문화계 인사는 “당시 한복 디자이너인 김영석 씨에 대해 왜 다들 어려워하는지 이유를 잘 몰랐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최 씨라는 든든한 실세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김 씨는 정식 취임식 준비위원 8명에 포함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김 씨는 비선 실세 최 씨의 측근으로 취임식에서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이후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 곳곳에서 행적이 드러났다. 김 씨는 최 씨로부터 주문을 받아 박 대통령이 취임식 때 입을 340만 원짜리 한복을 제작하기도 했다. 김 씨는 이후 CF 감독인 차은택 씨와 함께 문화융성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했고 미르재단의 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김 씨는 또한 2014년 8월 최 씨의 남편이었던 정윤회 씨와 함께 박 대통령의 팬클럽이 주최한 독도콘서트에도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문화계에서는 비선 실세들이 ‘오방낭’에 집착한 것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 인사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등 중요 행사 때마다 입을 옷 색깔도 직접 골라줬다고 한다”며 “최 씨와 김 씨가 오방낭 행사를 직접 챙긴 것은 취임식을 ‘거대한 굿판’으로 만들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친인 최태민 목사의 영향을 받은 최 씨가 우리 전통의 색깔을 종교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본보는 김 씨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전승훈 raphy@donga.com·김정은 기자
#최순실#숭례문#오방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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