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Am I?’ 커다란 질문 던져… 대중음악의 혁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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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에 美 가수 밥 딜런]국내 포크 싱어송라이터 시초
한대수가 말하는 밥 딜런

 
“모든 문학은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입니다. 밥 딜런의 가사가 늘 향했던 곳이 바로 그쪽이에요.”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이 타전되자마자 국제전화로 만난 포크 싱어송라이터 한대수(68·사진)의 일성은 “대중음악 혁명이죠!”였다. 한대수는 현재 가족과 함께 미국 뉴욕에 거주 중이다.

 “‘당신 손 잡고 싶다(I Want to Hold Your Hand)’ 같은 사랑 노래를 만들던 비틀스도 미국에 와 딜런을 만난 뒤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죠. 핑크 플로이드가 ‘The Dark Side of the Moon’ ‘The Wall’ 같은 음반을 만든 것도 딜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2009년 국내에 발매됐던 밥 딜런의 미공개 신곡을 담은 앨범 ‘Tell Tale Signs’. 동아일보DB
2009년 국내에 발매됐던 밥 딜런의 미공개 신곡을 담은 앨범 ‘Tell Tale Signs’. 동아일보DB
 그는 “브루스 스프링스틴도 딜런을 스승으로 모셨고 닐 영이 하모니카를 든 것도 딜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밥 딜런은 한국 대중음악계에 새로운 물결이 형성되는 데에도 밑거름을 뿌렸다. 군사독재정권하의 1970년대 한대수를 비롯해 김민기 양희은 등이 통기타 선율에 꽉 막힌 청춘의 설움과 저항의 메시지를 담았던 것도 딜런의 영향이었다.

 한대수는 부친을 따라 미국 생활을 이어가다 당시 딜런, 존 레넌 등의 음악에 충격을 받고 한국에 돌아와 국내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시초가 됐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싱어송라이터 음악이 출발하는 데 딜런이 씨앗 하나를 뿌렸다고도 볼 수 있겠다”고 했다.

 한대수는 딜런을 대표하는 가사가 담긴 노래로 ‘Mr. Tambourine Man’(1965년)을 꼽았다. “‘나를 눈 보이지 않게 여기 세워뒀지만/난 아직 잠들지 않았다/나의 방랑하는 마음은 나 자신도 놀라게 하지만/내 발은 묶여 있다/만날 사람 하나 없다… 이 노쇠한 빈 거리는 온통 죽었으며 꿈꿀 여유조차 없다…’. 딜런 이전에 이런 가사는 록 음악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어려서부터 시를 공부했고 아일랜드의 위대한 시인 딜런 토머스의 이름에서 자신의 예명을 가져왔다는 것에서부터 음악을 통해 단순한 노래가 아닌 시를 추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딜런을 다른 대중음악계 전설들과 구별시키는 점으로 오랫동안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지켜왔다는 것 또한 꼽았다.

 “30년 전에 롱아일랜드의 해변 공연장에서 딜런의 콘서트를 직접 봤습니다. 실은 형편없어서 실망을 했지요. 몇 년 전 한국 공연도 봤는데 비슷하더군요. 자기 히트곡도 제 맘대로 달리 편곡을 해서 소화를 하더군요. 하지만 그는 꾸준히 자기 자신을 유지하면서 창작을 계속하고 가족을 지킴으로써 스타 그 이상의 존재로 자신을 유지해 냈습니다.”

  ‘Who Am I?’ 한대수는 이 짧은 문장을 딜런의 예술 세계를 축약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로 들었다.

 “고독이지요. 철학가 조지프 캠벨은 ‘우리 삶은 곧 자기 자신을 찾는 과정이다’라고 했어요. 아이를 키우는 것도, 부와 명예를 쌓는 것도, 술과 연애 역시 자신이 누구인가를 찾는 과정이라는 거죠. 딜런은 팝, 록으로 시작했지만 우리 인간에게 커다란 질문을 던졌다는 것으로서 놀라운 문학적 가치를 갖게 된 것입니다.”

 한대수는 “음악 중 가장 위대한 것을 베토벤, 바흐, 모차르트 같은 클래식으로 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고금의 현실에서 딜런의 수상은 대중음악계에 대단한 경사”라고 했다. “팝, 록 음악을 고차원에 올려놓은 그의 노고가 이제야 평가받은 것 같아 같은 대중음악인으로서 뿌듯합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한대수#밥딜런#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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