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번쩍 든 클린턴… 주먹 불끈 쥔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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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기든 美中관계 찬바람 불듯

 “중국은 자국의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는 데 세계 최고다. … 미국을 돼지저금통(piggy bank) 삼아 중국을 재건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26일 열린 미국 대선 1차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경쟁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며 중국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포털 왕이(網易) 등 중국 매체들은 즉각 반박 기사를 실었고 누리꾼들은 댓글에서 “미국이야말로 전 세계 최대의 환율 조작국”이라고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분석가와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올해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는 데 노력했다”며 사실 여부를 따지는 분석 기사를 실었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중국을 모두 12차례(트럼프 9회, 클린턴 3회) 언급했다.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첫 TV토론 때(3번·롬니 후보만 거론함)의 4배다. 2008년 오바마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간 첫 TV토론 때도 중국은 5차례 도마에 올랐다.

 무역과 통화 등 경제 이슈는 물론이고 사이버 보안·테러 등과 관련해 중국은 대부분 부정적인 대목에서 지칭됐다. 11월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미중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중국이 통화가치를 절하하는데도 우리 정부는 이에 대처하는 사람이 없다”며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하는 데 중국을 적극 활용했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선 “우리(오바마 행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우리를 위해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힘이 있기 때문”이라며 수긍 가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평소 강경한 대중(對中) 노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클린턴도 “미국은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 대해 단호해야 한다. 공격 국가가 러시아, 중국, 이란이든 다른 국가든 미국이 훨씬 더 큰 사이버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가 기후변화를 중국이 만들어낸 거짓말(hoax)로 생각하고 있다”며 트럼프 공격에 쓰기도 했다.

 이처럼 두 후보가 중국을 동네북처럼 공격한 것은 오하이오 주와 펜실베이니아 주 등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부 공업지대)’ 표심을 감안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경합주인 이 지역 주민들은 중국에 일자리와 공장을 빼앗겼다는 강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중국이 긍정적인 맥락에서 소개된 대목도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낙후된 인프라를 지적하며 “중국·두바이·카타르에 있는 공항에 있다가 미국 공항에 도착하면 ‘우리나라가 제3세계 국가가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상원의원 시절 이란에 대한 모든 제재안에 표를 던졌다. 하지만 충분치 않아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하는 협동체를 만들어 이란을 더 강력하게 제재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이슈를 푸는 데 중국이 중요한 파트너임을 강조한 발언이다.

 중국 내 반응은 엇갈린다. 광저우(廣州) 중산(中山)대의 장위취안(張宇權) 국제관계 전문가는 SCMP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무역 문제에 강경하고 클린턴은 일본 필리핀 등 지역 동맹국과 유대를 강화할 것”이라며 “누가 이기든 중국은 차기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거대한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사회과학원 위안정(袁征) 미국외교연구실 주임은 “미 대선 후보 토론에서 ‘중국 때리기’(bashing)는 새로운 것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양국 관계가 점점 긴밀해져 가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힐러리#트럼프#tv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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