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특감 “사퇴? 의혹만으론 안 나가는게 정부방침 아닌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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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이석수 동시 수사]靑 우회비판… 감찰유출 부인
“국기문란은 가정법… 언급 부적절, 조응천과 유착? 교류 없었다”
우병우-이석수 버티기… 檢 고민 깊어져

출근하는 李특감, 국무회의 참석한 禹수석 이석수 특별감찰관(왼쪽)이 22일 서울 종로구 특별감찰관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답하고 있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청와대사진기자단
출근하는 李특감, 국무회의 참석한 禹수석 이석수 특별감찰관(왼쪽)이 22일 서울 종로구 특별감찰관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웃으며 답하고 있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오른쪽)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회 을지국무회의 및 제37회 국무회의’에 참석해 회의 내용을 경청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청와대사진기자단
“사퇴해야 하나요? 의혹만으로는 사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정부의 방침 아닙니까?”

이석수 특별감찰관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19일 청와대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감찰 내용 유출 의혹과 관련해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 행위”라며 강하게 지적한 데 대한 첫 공식 반응이다. 사실상 청와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 의혹의 당사자들 버티기 돌입

우 수석을 직권 남용과 횡령 혐의로 검찰에 18일 수사 의뢰한 뒤 하루 휴가를 냈던 이 특별감찰관은 이날 정상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사퇴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이 특별감찰관은 청와대의 ‘국기 문란’ 언급에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가 붙어 있다. 가정을 전제로 한 사실을 말한 것에 대해 제가 가타부타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특정 언론과의 유착 의혹 보도에 외부 영향력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유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사람한테 할 질문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특별감찰관이 현직으로 검찰 수사에 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결국 우 수석도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청와대의 ‘감싸기’에도 불구하고 “우 수석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의 압박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특별감찰관이 현직 고수를 분명히 하면서 여기에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여지가 커지고 있다.
○ 검심(檢心) 살피며 고심하는 검찰총장

검찰은 청와대의 공개 언급이 있은 지 나흘째인 22일까지도 해당 사건을 수사할 부서를 결정하지 못했다. 청와대가 감찰 내용 유출 의혹에 대해 ‘국기 문란’이라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여기에 반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사건 배당을 결정해야 할 김수남 검찰총장을 가장 고심에 빠뜨린 건 바로 ‘검심’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전현직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구속 기소), 진경준 전 검사장(해임·구속 기소) 추문으로 최근 대외적으로 조직 이미지가 많이 실추됐다.

두 사건은 검찰이 스스로 인지해 이끌어 나간 사건이라기보다는 언론 등 외부에서 의혹을 제기한 뒤 검찰이 수사를 통해 기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해서 검찰이 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면 검찰 조직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생채기를 낼 수 있다는 우려를 김 총장이 무시할 수 없을 거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부 자극에만 반응하다 내부 검사들이 등을 돌릴 수 있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 김 총장의 고뇌를 깊게 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한편 최근 이 특별감찰관의 행동에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일각의 주장에 이 특별감찰관은 이날 “대학 동기이고 연수원도 같이 다녔다”고 소개하면서 “대학 다닐 때는 가깝게 지냈는데 최근 10년 동안 별다른 교류는 없었다”며 연관설을 부인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정지영 기자
#이석수#우병우#감찰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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