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성산포대 고수땐 배치 지연’ 판단… 사유지 변수도 돌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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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제3후보지 급부상]성주 골프장으로 급선회 왜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배치 지역을 성산포대에서 롯데스카이힐 성주컨트리클럽(경북 성주군 초전면·이하 롯데골프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대미(對美) 설득에 나선 것은 세 가지 이유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우선 국가 안보 차원의 사드 현안이 극심한 지역 갈등과 정쟁으로 비화돼 국론 분열이 심화되는 상황을 타개하려면 ‘원안 고수’보다는 대안 모색이 낫다는 청와대의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달 초 “(사드 배치 후보지로) 성주 내 새로운 지역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성산포대를 고집하면 주민 반발과 야당 반대로 2017년 말로 계획한 사드 배치가 늦어질 수 있다”며 “새 적합지를 찾아서 정치권과 주민 공감대를 이룬 뒤 사드 배치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산포대가 사드 배치 터 조성 과정에서 초래할 문제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군은 성산포대가 국유지여서 별도 용지 매입 예산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고도가 383m인 성산포대로 이어진 도로는 승용차 한두 대가 지나갈 정도로 좁아 터 조성 공사에 필요한 대형 트럭(25t) 등 중장비가 드나들기 힘들다. 공사용 도로를 확장하려면 성산포대 인근 사유지를 군이 매입해야 하는데 땅 소유주들이 토지 수용을 거부할 경우 공사 차질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불거진 상황인 만큼 소유주들이 이웃의 의견을 무시하고 땅을 파는 것도 쉽지 않은 처지가 됐다.

반면 롯데골프장의 경우 외곽에서 골프장 정상까지 아스팔트 도로가 잘 닦여 있어 터 조성 공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

정부 소식통은 “골프장 용지 매입과 성산포대 공사용 도로 확장을 위한 사유지 매입에 드는 금전적 시간적 비용 등에서 큰 차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골프장 매입 이후에는 추가 예산을 들이지 않고 사드 배치에 필요한 크기의 골프장(9홀)을 확보하고, 남은 9홀은 미군 측에 골프장으로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다른 소식통은 “미국 측이 성산포대를 사드 최적지로 결정한 주된 이유는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군기지와 가깝기 때문”이라며 “롯데골프장의 사드 용지에 충분한 지원 시설을 마련하면 미국 측도 수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롯데골프장은 전기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성산포대보다 고도가 높아(680m)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부 쪽에서 연락이 오거나 접촉을 타진하지 않아 입장을 말하는 자체가 의미가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하지만 경제계에선 정부가 롯데골프장 인수를 제의하면 거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총수 등 전 계열사가 검찰 수사를 받는 마당에 정부 측의 절박한 요청을 롯데가 거절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성주군의 사드 배치를 위한 제3후보지 검토 요청에 따라 조만간 한미 공동실무단을 현지로 보내 다른 후보지들에 대한 평가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작전 운용, 주민·장비·비행 안전, 공사 소요 비용 등 6개 평가 기준에 따라 롯데골프장을 비롯한 성주군 내 사유지 3, 4곳이 평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성산포대를 사드의 최적 배치 지역으로 선정했던 기준과 같다. 당시엔 전국의 국유지 10곳을 대상으로 평가했다.

국방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민관군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자체인 성주군과 롯데골프장 인근의 경북 김천시 관계자들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군 관계자는 “김천시가 롯데골프장의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만큼 평가 과정에 참여시켜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제2의 사드 갈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사드#성주#롯데골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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