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군 “제주 해녀의 모습 카메라에 담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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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유학 한국인 고교생 이승민 군… 24일부터 서귀포서 사진 공개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고교생 눈에 비친 제주의 해녀는 너무나 특이했다. 스쿠버다이빙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기통 없이 달랑 고무 옷만 입은 채 바닷속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현장을 보고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졌다. 2013년 여름 미국 명문 사립학교인 초트 로즈메리 홀(Choate Rosemary Hall)에 다니던 이승민 군(18·사진)은 제주를 여행하면서 마주친 해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신기했다.

사진 촬영이 취미였던 이 군은 해녀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이후 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제주를 방문해 해녀의 일상과 작업 현장을 찍었다. 필름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로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 해녀와 소통하며 수백 컷을 렌즈에 담았다. 이 군은 “친구들이 잘 모르는 제주의 보물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힘든 삶에 묻혀 있는 문화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군의 해녀 사진은 24일부터 26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 행사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이 행사에 발표자로 참여하는 해녀 채지애 씨(39)가 이 군이 찍은 사진을 소개한다. 이 군은 해녀 사진을 추려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사진전을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 군은 단순히 해녀 사진에 멈추지 않았다. 출렁이는 파도를 활용해 ‘태왁’(부표를 뜻하는 해녀의 작업 도구)에서 빛이 발생하는 장치를 개발해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수중에서 작업하는 해녀들이 태왁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이 군은 “해녀가 한때 제주의 경제를 이끄는 커다란 힘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삶 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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