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9월 4일까진 시간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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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産銀회장 최후통첩서 선회
“법정관리 가능성은 50 대 50 막판까지 대화 통해 최선책 모색”
자구안 제출 시한 주내로 늦춰
정치권 “추가 지원” 압박 논란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자구안 제출 기한을 한주 늦춰 주는 등 달래기에 나섰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직행’ 카드를 내밀 경우 금융권과 업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서다. 이런 와중에 대우조선해양 비리 관련 국책은행의 자금 투입 등을 비판했던 정치권이 “한진해운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라”며 채권단을 압박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채권단과 한진해운 등에 따르면 양측은 자구안에 담길 내용과 제출 시기를 놓고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 당초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16일 “(자구안 제출 시점을) 19, 20일경으로 잡고 있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던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한진해운이 채권단의 통보에도 지난 주말까지 자구안을 확정하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법정관리행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은 50 대 50”이라며 “현실적으로 논의할 시간이 많진 않지만 자율협약 종료 시점인 9월 4일까지는 시간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1조 원 넘게 쏟아 부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고민을 이해하는 만큼 대화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한진해운 구조조정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한진해운에 다소 여지를 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만약 한진해운이 자구안 제출을 미루고 시간 끌기에 나서거나 법정관리행을 택한다면 채권단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채권단은 자율협약 초기만 해도 “강도 높은 자구안을 낸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진해운을 압박해왔다.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 채권단이 파악한 2017년까지의 한진해운의 유동성 부족분은 최대 1조2000억 원 수준이다. 채권단은 현재 진행 중인 용선료 인하 협상 타결이나 선박대출 만기 연장을 전제로 한진해운이 약 7000억 원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진해운은 당초 내놓았던 자구계획처럼 4000억 원 이상은 마련하기 어렵다고 버티고 있다. 한진그룹이 채권단 요구대로 7000억 원을 지원할 경우 유동성 위기가 대한항공 등 그룹 전체로 번질 수 있고 경영진과 이사회의 배임 혐의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조양호 회장은 17일경 한진해운 실무진이 다소 진전된 내용의 자구안을 보고했지만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이 “한진해운에 자금을 지원하라”며 채권단을 압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추가 자금을 지원하라’는 국회의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비리 관련 청문회를 준비하는 등 국책은행의 자금 지원 등을 비판해온 정치권이 다른 한쪽으로는 ‘혈세’ 지원은 없다는 채권단의 방침을 비판하며 개별 기업을 위한 사실상의 구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국민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자금 지원을 마뜩지 않게 바라보는 현 상황에서 한진해운에 추가 자금 지원을 결정한다면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며 “향후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금 투입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한진해운#이동걸#산업은행#법정관리#자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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