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靑민정수석 일가, 재산관리용 회사 운영… 中企특례로 세금 줄인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우병우 의혹’ 파문]사법 고위직의 부적절 처신 논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직계가족이 법인을 통해 개인 재산을 관리하면서 세금과 재산규모를 줄인 정황이 확인됐다. 이것은 자산가들이 절세 수단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 특히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비서관으로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우 수석과 직계가족은 부동산 매매·임대업체 ㈜정강의 지분을 100%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강의 2015년 감사보고서에는 우 수석의 아내 이모 씨가 대표이사로 기재돼 있다. 정강이 발행한 비상장 주식 총 5000주는 이 씨가 2500주(50%), 우 수석이 1000주(20%), 자녀 3명이 1500주(30%)를 보유하고 있다.

○ 직원 1명에 급여 지급 0원

강남땅 판뒤 산 빌딩에 ‘서류상 주소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그의 가족이 100% 보유한 
㈜정강의 본사 소재지로 등록된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반포동)의 빌딩(맨위쪽 사진). 입주업체 안내판에선 ㈜정강의 이름을 찾을 수 없어(맨아래쪽 
사진)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강남땅 판뒤 산 빌딩에 ‘서류상 주소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그의 가족이 100% 보유한 ㈜정강의 본사 소재지로 등록된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반포동)의 빌딩(맨위쪽 사진). 입주업체 안내판에선 ㈜정강의 이름을 찾을 수 없어(맨아래쪽 사진)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동아일보는 21일 오후 정강의 감사보고서상 본사 소재지인 서울 서초구 C빌딩을 찾아갔다. 그러나 층별 안내판에서 회사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건물 5층에 우 수석의 장모 김모 씨가 회장으로 있는 경기 화성시 기흥컨트리클럽과 처가 소유의 건설사만 입주해 있을 뿐이었다. 기자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관리인이 “(위에서) 기자들 올라오지 못하게 했다”며 완강히 막아섰다.

감사보고서에는 정강의 실체와 관련해 석연치 않은 부분이 종종 눈에 띄었다. 대표적으로 임직원은 1명이고, 지난해 급여로 지출된 돈은 ‘0원’이었다. 그런데 정황상 사무실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이 회사는 지난해 사무실 임차료로 5040만 원을 냈다. C빌딩은 우 수석 처가가 2011년 3월 넥슨에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부동산을 판 직후 215억 원을 주고 사들여 리모델링한 건물이다. 우 수석의 아내가 지분 25%를 갖고 있다.

감사보고서를 검토한 한 공인회계사는 “법인 등록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무실 보유가 필요하고, 따라서 재무제표상 지급임차료가 필수사항”이라며 “자신이 소유한 회사가 지출한 임차료를 (건물주인) 본인이 받은 것이지만 법률적으로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C빌딩은 정강뿐만 아니라 에스디엔제이홀딩스, 도시비젼 등 다른 우 수석 처가 소유 기업들의 서류상 소재지이기도 하다. 정강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S회계법인이 이 건물 2층에 입주한 것도 눈에 띈다. 여기에다 이 회계법인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우병삼 부회장이 우 수석이 6촌 형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S회계법인 관계자는 “우 부회장이 우 수석의 친인척은 맞으나 회계사 자격증이 없어 감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급여를 받는 직원이 없고 매출이 1억4460만 원인 회사가 영업비용을 1억4000만 원이나 썼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접대비 1000만 원, 복리후생비 292만 원, 여비교통비 476만 원, 통신비 335만 원 등이다. 차량유지비로도 782만 원을 지출했다. 공직자 재산등록 자료를 보면 우 수석은 본인과 가족이 소유한 차량이 없다며 따로 신고하지 않았다.

○ “절세 수단이라지만 부적절”


정강은 부동산 임대 기업으로 등록돼 있다. 주요 수익원은 부산 동구 소재 토지·건물(23억6700만 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사모부동산투자신탁(50억6250만 원)이다. 정강은 지난해 임대료와 이자 등을 받아 1억4430만 원의 금융수익을 거뒀다. 이 밖에 서화(책과 그림) 4억4160만 원어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억2300만 원도 갖고 있다.

특이한 것은 회사의 투자금 대부분이 대표이사인 이 씨에게 빌린 돈이라는 점이다. 회사 자산(부채+자본) 81억2000만 원 가운데 이 씨가 빌려준 단기차입금이 75억 원에 이른다. 통상의 경우라면 정강이 이 씨에게 이자를 지급하고 이 씨는 이자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감사보고서에 이자율은 표시돼 있지 않다.

정강은 지난해 부동산 임대수익으로 1억830만 원, 용역매출 3630만 원 등 1억446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비용지출이 많아 영업이익은 471만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이자수익, 단기매매증권평가이익 등으로 1억4600만 원의 영업외수익을 올렸다. 법인세를 내기 전 순이익은 1억5000만 원 정도다. 만약 개인이 이 정도 금융소득을 거뒀다면 38%의 소득세율을 적용받아 5600만 원가량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정강은 중소기업 회계처리 특례로 6.45%의 세율을 적용받아 법인세로 970만 원을 냈다. 단순비교하면 4600만 원가량을 절세한 셈이 된다. 비용지출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세금 차이는 더 커질 수 있다.

감사보고서를 살펴본 공인회계사는 “자산가들은 보통 세금을 아끼기 위해 법인을 세우고, 이를 통해 각종 지출을 한다”며 “세금도 개인보다 법인이 내는 편이 훨씬 유리하고, 주식을 이용하면 상속도 쉬우니까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 수석이 공직자 재산 등록을 통해 신고한 재산에는 정강의 전체 자산은 잡혀 있지 않다. 정강 관련 신고 재산은 비상장 주식의 액면가인 5000만 원에 불과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법인 소유 재산은 등록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세 수단으로 이 같은 방식을 활용했다고 하더라도 법인 재산을 개인 재산과 혼용해서 사용한 정황은 고위 공직자, 특히 사정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경우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영 redfoot@donga.com·강성휘·이건혁 기자
#우병우#세금#청와대#민정수석#페이퍼컴퍼니#강남#빌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