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 포르셰 ‘마칸 GTS’

시선 사로잡는 강렬한 붉은색… ‘맹수 본능’을 깨우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개발 ‘러시’를 불러온 포르셰 카이엔. 그 카이엔의 동생 격인 모델이 바로 ‘마칸’이다. 소형 SUV 마칸은 중형 SUV인 카이엔과 함께 세계적으로 럭셔리 SUV 돌풍을 일으키며 최근 몇 년간 포르셰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마칸은 ‘형’ 카이엔의 그늘에 가려 다소 존재감이 약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마칸에게 확실히 스포츠카의 정체성을 굳혀줄 모델이 국내에 상륙했다. 마칸의 고성능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마칸 GTS’가 그 주인공.

시승용 마칸을 처음 본 순간 눈을 제일 먼저 사로잡은 것은 강렬한 붉은색이었다. 바로 포르셰 GTS 모델의 전용색상인 ‘카민 레드’. ‘역시 스포츠카는 빨간색이지’ 싶었다. 그리 크지 않은 덩치에 예뻐서 여자들도 좋아하겠다 싶었다. 전체적인 외관은 카이엔의 축소판 같은 느낌이지만 크기가 작다보니 부담스러움이 훨씬 덜하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먼저 시트의 느낌이 일반 자동차와는 달랐다. 시트가 등 뒤에서 운전자를 안듯이 양 옆을 받쳐준다. 맞춤정장을 입는 기분이다. 차가 운전 중 한쪽으로 쏠릴 때 몸을 더 안정적으로 잡아줄 수 있을 듯하다. 버튼으로 몸에 딱 맞게 조절도 가능하다.

내부는 포르셰의 정체성을 그대로 담았다. 변속레버 주위의 센터콘솔에는 에어컨과 주행모드, 배기음 등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는 버튼이 양쪽에 빼곡히 들어차 있고 큰 초침이 들어간 크로노 시계가 “내가 바로 포르셰”라고 외치고 있는 듯했다.

브레이크를 밟고 왼손으로 키를 돌리는 순간, ‘부앙’하면서 엔진과 배기구가 거친 소리를 토해낸다. 엔진음은 포르셰 ‘911’과 다를 바 없다. 3L 6기통 바이터보 엔진을 단 마칸 GTS 최고출력은 360마력. 마칸 터보(400마력)보다는 낮고 마칸 S(340마력)보다는 높다.

서서히 가속페달을 밟아본다. 초반에는 그만한 힘이 잘 느껴지지 않지만 발목에 약간 힘을 주자 ‘맹수 본능’이 살아난다. 일반 모드의 가속도 훌륭하지만 스포츠 모드를 누르는 순간 더 강력한 가속과 함께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역시 포르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최고 속도는 시속 256k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가 되는 데 5.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특히 카이엔보다는 가벼운 데다 SUV여서 고속주행 중 차체가 흔들리지 않을까 싶었지만 오히려 상당한 안정감을 보여줬다. 다른 마칸에 비해 15mm 차고가 낮게 튜닝돼 무게중심을 낮춘 데다 네 바퀴에 힘을 항상 최적으로 배분하는 ‘포르셰 트랙션 매니지먼트’ 기술이 주행성능을 더 끌어올린다. 먼 거리도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차를 뜻하는 ‘GT(그랜드 투어러)’와 ‘스포츠’의 S가 합쳐진 이름이 딱인 듯 싶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소형 SUV의 태생상 뒷자리가 좁다는 점과 내장 내비게이션 등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다소 미흡한 점을 꼽을 수 있다. 기본 가격은 9790만 원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