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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저소득-소외계층 아이들, 성교육도 소외돼”

입력 2016-07-21 03:00업데이트 2016-07-21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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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연구모임’ 김혜순 교사
맞벌이 부모들 돌봐줄 틈 없어 생리대 사용법 모르는 여학생에
초등생 음란물 무방비 노출도 학교가 체계적 교육 나서야
19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위(Wee)센터에서 서울 삼정초등학교 김혜순 보건교사와 ‘톡톡 토의 토론 성교육 연구회’ 회원들이 정기 모임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초등학교 5학년쯤 되면 사춘기에 접어든다. 여학생은 생리도 시작한다. 하지만 이때까지 생리대를 보지도 못한 여학생이 적지 않다. 20일 만난 서울 삼정초등학교 김혜순 보건교사(50·여)는 생리대에 부착된 스티커를 어느 쪽으로 붙여야 하는지 모르는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부터 떠올렸다. 김 교사는 “저소득층 아이들에겐 부모를 포함해 기초적인 성교육을 해 줄 어른이 주변에 없는 경우가 많아 학교가 아이들을 보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993년 부임해 24년 동안 보건교사로 일했다. 2007년 삼정초에 부임하면서 성교육 연구에 적극 나섰다. 성교육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만나면서부터다. 해당 학교는 지난해까지 교육복지 우선지원 학교였다. 교육청이 법정저소득 및 한부모 가정의 자녀가 일정 수 이상이거나 지역 여건이 열악한 학교에 인력과 예산을 지원한다.

김 교사에 따르면 방과 후 돌봐줄 사람이 없는 저소득 계층의 아이들은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성이 더 높다. 그가 실제로 겪은 사례도 있다. 부모가 맞벌이하는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 두 명이 방과 후 인터넷에서 병원놀이를 가장한 음란 영상을 우연히 봤다. 여학생들은 1학년 남학생을 데리고 동영상 내용을 따라했다. 이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문제가 됐다. 김 씨는 “아이들은 ‘놀이’를 했을 뿐이지만, 자칫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아이들을 보건실로 자주 불러 개별상담을 한다”고 했다.

김 씨는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성교육 교재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발적으로 성교육 교사 모임을 만들었다. 타 학교 보건교사들과 자주 만나 토론하고, 모임에서 다양한 교육 도구를 만든 지도 벌써 10년이 됐다. 그중 하나가 ‘사춘기 성장나무’다. 아이들이 자신의 신체·감정 변화와 관련한 질문 쪽지를 나무에 붙인 뒤 선생님, 친구와 함께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활용한다. 김 씨는 이런 교육이 “교과서를 읽어주거나 일방적으로 설명을 하는 것보다 잘못된 성지식을 바로잡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김 씨는 이러한 공로로 2014년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올해부터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연구하고 있다. 19일 오후 김 씨가 팀장을 맡고 있는 ‘톡톡 토의 토론 성교육 연구회’ 회원들은 가정 내 성교육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기 위해 모였다. 김 씨는 “요즘 부모들은 자신들이 성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어 아이들이 성과 관련한 질문을 하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김 씨와 연구모임 교사들은 방학 중에 ‘학부모 성인지 자가점검표’ 등 올바른 자녀 성교육을 위한 학부모 교육 자료를 완성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9월 중에 이를 학교 현장에 배포할 계획이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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