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이슈]보호 필름으로 차체 감싸고… ‘문콕’ 방지 패드-센서 붙이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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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내기 튜닝은 가라… 이젠 카케어 시대

차를 이동수단이 아닌 문화로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세차장도 단순히 차를 닦는 공간이 아니라 차를 관리하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워시홀릭·코니카미놀타 제공
차를 이동수단이 아닌 문화로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세차장도 단순히 차를 닦는 공간이 아니라 차를 관리하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워시홀릭·코니카미놀타 제공
전날 폭우가 내린 6일, 경기 용인시의 한 세차장에 오전부터 차들이 몰려들었다. 장마철인데 세차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여느 세차장과는 좀 달랐다. 컨테이너를 이용해 독특한 멋을 낸 세차장 내 카페에선 활기찬 음악이 흘러나왔고, 세차장 가운데에는 마치 클럽처럼 DJ가 음악을 트는 DJ 박스도 갖췄다. 바비큐를 해 먹을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돼 있다.

이 세차장은 엔진룸 세척과 철분·타르·석회물 제거 등 ‘프리미엄 세차’를 하면서 지인들과 휴식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이곳을 운영하는 최유창 워시홀릭 이사는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세차가 목적이 아니라 세차를 놀이 삼아 휴식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며 “주말에 부부와 친구끼리 오는 사람이 많은데, 사람이 많을 땐 옆 주유소까지 차가 늘어설 정도”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경기 성남시에 있는 루마PPF 지점에서는 BMW의 최고급 세단인 7시리즈 차량에 보호용 필름인 ‘PPF(Paint Protection Film)’를 씌우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곳의 채선병 실장은 “슈퍼카 등 고급 외제차 소유주가 주 고객이지만, 최근에는 국산차 소유주들도 많이 찾고 있다”며 “입소문과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면서 지난해보다 손님이 3배는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 지창원 씨(34)는 “전에 샀던 차에도 PPF를 씌웠는데 2년쯤 지나 필름을 벗겨 보니 차 표면 상태는 그대로였다. 보호 효과가 확실한 거 같아 이제는 무조건 필름을 씌운다”고 말했다.

차를 관리하는 ‘카케어(Car Care)’ 시장이 튜닝업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유는 수입차의 판매량이 늘면서, 고급차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었기 때문.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유지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자, 그만큼 차를 제대로 관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또 단순 이동수단이 아니라 차 자체를 좋아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차를 꾸미고 관리하며 ‘일체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간 튜닝이 차의 성능을 높이거나 구조를 바꾸는 등 다소 무겁고 다가가기 힘든 작업이었다면, 카케어 관련 튜닝은 상대적으로 가볍고 어렵지 않아 튜닝을 처음 해보는 사람도 부담 없이 할 수 있다. 차 관리의 필수인 세차도 워시홀릭의 사례에서 보듯 수준이 높아졌다. 카케어 시장은 5000억 원 규모인 국내 자동차 튜닝 시장에서 40∼5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차를 애지중지하는 ‘애차가’를 위해 카케어의 최근 트렌드를 살펴봤다. 7일부터 10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튜닝·애프터마켓 전문 전시회인 ‘서울오토살롱’도 열린다. 카케어의 최신 기술과 제품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콕’으로부터 내 차 지키는 도어 프로텍터

▲내 차가 ‘문콕’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도어 프로텍터’도 인기를 끈다. 널찍한 패드로 문콕을 막고, 차에 충격이 가해지면 센서가 스마트폰에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도어 프로텍터 제품을 설치한 모습. 샤픈고트 제공
▲내 차가 ‘문콕’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도어 프로텍터’도 인기를 끈다. 널찍한 패드로 문콕을 막고, 차에 충격이 가해지면 센서가 스마트폰에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도어 프로텍터 제품을 설치한 모습. 샤픈고트 제공
도로를 지나는 차들을 잘 보면 차문 옆에 하늘색 스펀지 조각이 붙어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네모나거나 날개 모양으로 붙어 있는 이 조각들의 용도는 바로 운전자가 차 문을 열다가 다른 차의 문을 찍는 것, 즉 ‘문콕’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나도 모르게 문콕 ‘가해자’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최근 문콕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 4년간 문콕 신고 건수가 2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차가 많아지면서 갈수록 차의 덩치는 커지고 차량 대수도 늘어나는데, 주차공간은 그만큼 늘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는 남의 차를 ‘문콕’ 하지 않으려고 스펀지를 달 수 있지만, 남이 내 차를 찍는 것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최근 한 보험회사의 TV 광고처럼 차를 ‘뽁뽁이(에어캡)’ 포장지로 감싸고 다닐 수도 없는 일.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문콕 피해자가 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도어 프로텍터’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제품은 ‘샤픈고트’의 ‘뎁스’. 이 제품은 센서와 패드로 이뤄져 있다. 널찍한 패드가 기본적으로 문콕을 막아주고, 센서는 문콕이 발생하는 것을 감지해 경고음을 낸다. 최근에는 문콕 발생 시 차 주인의 스마트폰에 발생 시간과 충격 정도를 알려주는 제품도 등장했다. 좁은 주차장에 주차할 때처럼 다른 차가 내 차를 ‘문콕’ 할 것 같은 상황일 때 사용하면 좋다.

스마트폰 액정 보호필름처럼 차도 감싸

차를 보호하기 위해 차 유리에 열 차단 필름 등을 씌운다. 워시홀릭·코니카미놀타 제공
차를 보호하기 위해 차 유리에 열 차단 필름 등을 씌운다. 워시홀릭·코니카미놀타 제공
새로 산 매끈한 스마트폰 액정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보호필름을 붙여 본 경험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을 것이다. 필름을 붙이면서 중간에 기포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 돈을 주고 전문 휴대전화 가게에 필름 붙이는 일을 맡겨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동차 역시 필름으로 감쌀 수 있다. 최근 튜닝문화의 핵심으로 떠오른 ‘PPF’가 대표적이다. 훼손이 잘되지 않는 폴리우레탄 재질의 필름을 차 전체에 씌워 차 겉면을 오염물이나 생채기 등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PPF는 유리창을 제외한 차 어느 곳이나 씌울 수 있어서 비싼 헤드라이트나 크롬 몰딩(차 옆문이나 범퍼 등에 붙이는 길쭉한 크롬 재질의 장식물)까지도 보호할 수 있다. 이렇게 씌워진 PPF는 먼지와 모래, 곤충, 염화칼슘처럼 도로에서 생기는 오염물질로부터 차를 보호한다. 단지 미세한 오염이나 긁힘으로부터 차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자외선에 의한 황변을 막아주고, 높은 투명도와 광택으로 차를 더 반짝이게 해주기도 한다. 승용차 한 대 외부 전체를 다 씌우는 데 3일 정도 걸리는데, 최근에는 부분적으로만 씌우는 경우도 많다. 업체나 필름 종류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데 약 300만∼500만 원 수준이다.

▲차를 꾸미기 위해 색이 있는 필름을 차체에 씌우는 ‘래핑’이 유행이다. 최근에는 광택이 없는 ‘무광 래핑’과 차의 특정 부분 색을 달리 처리하는 ‘투톤 래핑’이 인기있다. 래핑 작업 중인 차의 모습. 3M 제공
▲차를 꾸미기 위해 색이 있는 필름을 차체에 씌우는 ‘래핑’이 유행이다. 최근에는 광택이 없는 ‘무광 래핑’과 차의 특정 부분 색을 달리 처리하는 ‘투톤 래핑’이 인기있다. 래핑 작업 중인 차의 모습. 3M 제공
PPF보다 디자인에 초점을 맞춘 ‘래핑’ 또는 ‘카스킨(Car Skin)’도 있다. 차에 필름을 입혀 원하는 색상이나 글귀, 그림 등으로 개성 있는 디자인의 차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에는 튀는 색과 반짝이는 유광으로 래핑을 주로 했지만 요즘에는 차를 한층 더 세련되게 만드는 무광 래핑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 한 가지 색상으로 전체를 덮기보다는 출고된 색상을 살리면서 부분적으로 변화를 주는 투톤 래핑도 주목받고 있다. 또 뿌리는 방식의 래핑 스프레이도 있는데, 필름처럼 아무 손상 없이 쉽게 떼어낼 수 있기 때문에 저렴하게 자신의 차를 꾸미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세차도 ‘프리미엄’… 수거해서 세차 뒤 가져다주기도

거품을 발사하는 ‘폼 캐넌’ 등으로 ‘디테일링 세차’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워시홀릭·코니카미놀타 제공
거품을 발사하는 ‘폼 캐넌’ 등으로 ‘디테일링 세차’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워시홀릭·코니카미놀타 제공
아무리 멋진 옷을 입어도 얼굴과 머리가 지저분하면 아무 소용없는 것처럼, 그 어떤 ‘카케어’보다도 사실 말끔한 세차가 가장 중요한 법이다. 세차 분야에서도 최근에는 ‘디테일링 세차’가 새로운 추세가 되고 있다. 일반 세차가 샤워라면 디테일링 세차는 보디케어에 화장까지 하는 격이랄까. 최근에는 전문 ‘디테일링 숍’이 있어 일반적인 세차로 없애기 힘든 나무수액과 새의 분비물 등에 의한 얼룩과 미세한 흠집을 없애준다. 여기에 왁싱(광택 작업)과 폴리싱(기계를 이용한 표면 정리 작업)까지 마치면, 굳이 별다른 튜닝이 필요 없을 정도.

때를 뺐으면 ‘광’을 내야 하는 법. 특히 휠 부분은 브레이크 분진과 도로 진흙, 먼지로 쉽게 더러워지는데, 이 부분이 깨끗하면 사람이 새 신발을 신은 느낌을 낼 수 있다. 스프레이 형태의 ‘휠 프로텍턴트 코팅’ 제품이 주로 쓰이는데, 휠에 뿌리기만 하면 때를 제거하는 동시에 코팅막이 만들어져 3개월간 오염 방지 효과가 유지된다. 자동차의 타이어와 금속 휠 사이에 장착하는 휠 보호링이라고 할 수 있는 ‘휠렛’은 휠을 보호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전구가 부착돼 있는 휠렛은 빛이 나는 장식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밤에 다른 차가 내 차를 긁는 사고를 줄일 수도 있다.

새로운 ‘프리미엄 세차’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자동차 외장수리 업체 ‘카닥’은 7일 ‘카닥 워시’를 출시했다. 차의 내·외부를 처음 샀을 때처럼 말끔하게 해주는 ‘차량 리뉴얼’ 서비스를 표방하는데, 차를 가져갔다가 작업 후 다시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있다. ‘카닥 워시’ 비용은 7만9000원부터다.

서울오토살롱 관계자는 “부유하지는 않아도 자기가 원하는 것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포미(For me)족’이 많아지면서 카케어 시장이 튜닝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며 “서울오토살롱의 카케어 용품 관련 출품 비중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강해령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년  
#세차#프리미엄 세차#보호용 필름#ppf#카케어#care care#튜닝#문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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