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털을 뽑으면 더 많이 난다’는 말, 믿어도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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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 사이언스/강석기 지음/350쪽·1만5000원·MID

다섯 번째 한국인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최근 확인됐다. 이 사람을 포함해 5명 중 4명이 필리핀 등 동남아에서 감염됐다. 지카 바이러스는 남미에서 유행하던 것 아니었나?

사실 이 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처음 발견됐고, 이후 동남아에서도 간헐적으로 등장했다. 대규모 감염은 2007년 뉴기니 섬 북쪽 야프 섬, 2013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발생했고, 결국 태평양을 건너 지난해 브라질 등 남미에서 100만 명 넘게 감염시켰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에게도 낯익은 일본뇌염바이러스의 친척이다. 모기가 매개체지만 사람 사이에도 수혈이나 성관계로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책은 이처럼 각종 과학 이슈 36개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최근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중력파 검출 성공,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의 ‘붉은 고기·가공육 발암물질’ 발표 등이다.

책은 건강·의학, 고생물학·인류학, 심리학·신경과학, 천문학·물리학, 화학 생명과학 등 9개의 파트로 나누어 과학 요리, 개인 영양학 시대의 시작, 다리가 있는 뱀 화석의 발견, 화성탐사의 심리, 맹점(盲點)의 생리, 지구 물의 기원 등에 관한 현대 과학의 최근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

‘대머리’처럼 일상과 관련된 소재도 많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대머리를 촉진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 호르몬은 수염을 나게 만든다. 지난해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 셀에 실린, ‘털을 뽑으면 더 많이 난다’는 속설과 관련된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생쥐에서 털을 드문드문 뽑았을 때는 털이 다시 나지 않았지만 많이 뽑으면 털이 원래보다 더 많이 났다. 일정 수준 이상 모낭이 손상되면 복구 시스템이 가동되기 때문이다.

책 뒤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다루는 부록이 붙어 있다.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고, ‘뷰티풀 마인드’라는 논픽션과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 수학자 존 내시 등을 소개했다.

꾸준히 교양과학서를 내며 사랑받고 있는 저자의 ‘과학카페’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제목처럼 차 한 잔 마시면서 부담 없이 읽고 나눌 만한 과학 이야기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티타임 사이언스#강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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