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불안 파고든 부적, 헌옷‘과잠’

정동연 기자 입력 2016-03-09 03:00수정 2016-03-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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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기운 받아 합격” 너도나도
유명大 옷은 품귀… 10만원에 거래도
온라인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과잠’ 판매 글. 대학 로고와 학과명도 새겨져 있다. 인터넷 화면 캡처
‘수험생인데 경영대 진학이 목표입니다. 선배들의 기운을 받고 싶어요.’

두 번이나 대학 입시에 실패한 홍모 씨(21)는 최근 온라인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 연세대 ‘과잠’(대학교 또는 학과 야구 점퍼)을 구입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홍 씨는 원하는 학과의 영문 이름까지 새겨진 점퍼를 얻기 위해 판매 글들을 물색한 끝에 7만 원에 중고 점퍼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홍 씨가 ‘신상’도 아닌 중고 점퍼를 산 이유는 원하는 대학, 학과의 과잠을 입으면 올해는 반드시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간절한 믿음 때문이다.

수험생들 사이에서 목표 대학의 과잠을 입는 것이 유행이다.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유명 대학의 점퍼를 판다는 글이 부지기수다. 실제 해당 대학생들이 입었던 ‘진짜 과잠’임을 증명하기 위해 학교명 외에 학과, 학번 등이 들어간 사진을 첨부하는 판매자도 많다. 대학 기념품점에서 파는 점퍼는 학교 로고만 새겨져 있지만 대학생들이 공동 구매하는 과잠은 해당 학과와 학번, 문구 등을 제작업체에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험생들은 기념품점에서 파는 점퍼보다 학과명이 들어간 제품, 즉 실제 대학생들이 사용한 중고 제품을 더 많이 찾고 있어 인기 대학, 인기 학과의 중고 과잠은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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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생은 미신과 다를 게 없는 수험생들의 심정을 이용해 비싼 값에 중고 제품을 파는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대학 재학생들이 공동 구매를 통해 사는 과잠은 통상 3만∼5만 원이다. 하지만 일부 유명 대학 중고 과잠은 적게는 7만 원, 최대 10만 원을 웃도는 가격에도 팔려 나간다.

이런 현상에 대해 대학가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연세대에 다니는 김모 씨(22)는 “일부 대학생은 용돈벌이를 위해 중고 과잠을 전문적으로 팔기도 한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성균관대 최모 씨(21)는 “학교 밖에서 같은 과잠을 입은 또래를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게 정상인데 중고 과잠 거래가 많아지면서 요즘은 ‘쟤가 정말 우리 학교에 다닐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정동연 기자 call@donga.com
#수험생#과잠#학과 야구 점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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