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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수도권]동네 확 바꾼 ‘청바지’

입력 2016-01-21 03:00업데이트 2016-0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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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화단에 벼 심고… 벼룩시장 수익으로 어르신 대접
도봉구 초중고생 봉사동아리 활동… 市, ‘동네영웅’ 책 시리즈로 소개
10일 ‘청바지(청소년이 바꾸는 지역활동)’가 청소 봉사를 하기 위해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단지 상가에 모였다. 청바지는 공터에 꽃을 심는 ‘게릴라 가드닝’과 벼룩시장 ‘청소년 놀장’ 등 다양한 활동을 4년째 하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0일 오후 학원과 분식집으로 가득한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 상가. 작은 카페에 10대 7명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테이블 한쪽의 상자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파트 주민 최소영 씨(41·여)가 “얘들아, 이제 시작하자”고 말하자 이들은 일제히 비닐로 된 위생장갑을 들었다.

아이들은 잠시 머리를 맞대더니 각자 하얀 쓰레기봉투를 챙겨 일어섰다. 이어 아파트 곳곳을 돌며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이들은 4년째 활동 중인 청소년 봉사모임 ‘청바지’다. 청바지는 ‘청소년이 바꾸는 지역활동’의 줄임말. 청바지의 출발은 2012년 3월 갓 중학생이 된 아이들의 봉사활동을 고민하던 최 씨 등 엄마들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많은 학생들은 마땅한 봉사활동을 찾지 못해 시청이나 구청을 찾기 일쑤다. 어렵게 봉사활동 자리를 찾아도 학원을 전전하느라 바쁜 아이 대신 부모가 가는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최 씨는 “지하철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무임승차 금지’라고 적힌 띠를 두르고 소위 ‘멍 때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어차피 해야 할 봉사활동이라면 우리 동네에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 대신 아이들이 직접 계획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에 따라 같은 아파트 단지의 초중고교생 18명이 모였고 봉사활동 준비를 위한 ‘동네 탐방’부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아파트 단지 앞 인도에 관리되지 않은 채 버려진 화단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한 가족이 화단을 하나씩 맡아 벼를 심기로 했다. 같은 해 7월 화단이 모두 푸른색 논으로 바뀌었다. 11월에는 누렇게 잘 익은 벼를 수확했다. 최 씨는 “처음에는 ‘우리가 과연 이런 일을 해도 되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며 “나중에 수확한 벼를 보면서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들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같은 해 7월부터는 벼룩시장도 열었다. 이름은 ‘청소년 놀장’. 청소년들이 학용품이나 직접 만든 액세서리를 들고 나와 판매했다. 수익금 중 일부를 ‘마을기금’으로 적립해 놀이터에 책장을 설치하고 지역 경로당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2014년 8월에는 소문을 듣고 주민 800명이 몰리면서 이제는 동네 축제가 됐다. 청바지 회원인 전병관 군(15)은 “돈까지 내고 학교 스카우트에 가입했지만 오히려 청바지 활동에 더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청바지의 활약상을 책으로 발간했다. 제목은 ‘누가 쓰레기 화단에 꽃을 피웠을까?’. 마을 공동체의 활동 사례를 이야기로 풀어낸 ‘우리 동네 S히어로’의 첫 사례였다. S히어로는 슈퍼(Super) 영웅이면서 서울(Seoul)의 영웅이라는 뜻이다. 조은협 군(12)은 “처음에는 사소한 일이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책의 주인공까지 되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장명임 씨(47·여)는 “삭막한 도심 아파트 단지가 아이들에게 ‘고향’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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