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도 비상… 외국인 8일새 2조원 팔아치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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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한국, 빚 조심해야” 경고]
유가하락 타격 중동국 ‘자금 회수’… 회사채 안팔려 기업 자금조달 난항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면서 한국 금융권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빠르게 자금을 회수하고 있고, 회사채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특히 정부는 금융회사들의 건전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등 가계·기업의 부채 문제가 금융회사들의 부실로 이어진 선례가 많기 때문이다.

1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달 초 2,000대 초반이었던 코스피는 이날 1,948.62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미국 금리 인상, 국제 유가 하락, 중국 경기 불안감 등 대외 불안요인이 확대되면서 이달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외국인의 대량 매도도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이 2일부터 이날까지 8일 연속 내다팔면서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순매도액은 총 2조839억 원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달 순매도 규모(1조9309억 원)를 뛰어넘는 것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선을 밑돌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재정에 타격을 받은 중동국가들은 올해에만 3조6000억 원 규모의 한국 주식을 매도했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채권 발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 조달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에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눈길을 돌리면서 기업부채 증가가 우려된다.

올 상반기(1∼6월)만 해도 AA등급 이상의 우량물은 투자자 모집에 문제가 없었지만 하반기(7∼12월)에는 우량물마저 팔리지 않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이 관망세로 돌아서고,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채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기관의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지표인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율’은 올 4분기(10∼12월) 152%로 작년 동기 대비 89%포인트 감소했다. 수요 감소로 회사채 가격이 떨어지자 국고채와 회사채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도 커지고 있다.

다만 정부는 막대한 기업부채가 금융회사의 부실, 파산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을 가정해 업권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한 결과, 대내외 충격에도 국내 금융권은 건전성과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나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 등 지표도 규제 기준의 2∼3배 수준이다.

외환보유액, 단기부채 수준도 비교적 양호하다. 올해 9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681억1400만 달러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304억2600만 달러)의 12배 수준이다. 총외채에서 1년 미만의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9월 말 현재 29.2%로 낮은 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외환 부문의 지표가 좋은 만큼 금융위기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중국의 경기 불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경우 한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증시#유가#美금리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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