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계종은 범법자 한상균을 제 발로 나오게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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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어제 오후 “10일 정오까지 한상균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오후 4시까지 자진 출두하지 않은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을 검거하려던 계획을 오늘 정오까지 일단 보류했다. 경찰이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하기 직전 총무원장의 중재를 받아들여 공권력과 불교계의 충돌 위기를 가까스로 비켜간 셈이다.

조계종은 어제 오전 “공권력 투입은 조계종, 나아가 한국 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이라며 “그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경고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는 자비의 종교로서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선의의 표현이라고 믿고 싶다. 그러나 한 씨는 ‘귀족 노조’로 일컬어지는 민노총의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범죄 혐의자이지, 사회적 약자라고 하기 어렵다. 조계종이 마치 법 위에 서 있는 듯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정부 책임’을 묻겠다는 말은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경찰을 피해 은신한 한 씨의 중재 요청을 받아들여 시민사회와 노동계, 정치권 등과 ‘노동법에 따른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화모임’을 시작한다고 밝힌 것도 적절하지 않다.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를 거친 노동개혁법안은 종교계가 중재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조계종은 실정법을 어긴 한 씨가 조계사를 투쟁 장소로 이용하게 해준 데 이어, 법질서의 집행을 20시간이나 정지시켜 법치 공백을 만들고 국민의 법감정에 상처를 준 데 대해 송구함을 표해야 한다.

한 씨는 올 4월 이후 9차례 폭력시위를 주도하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발부돼 있다. 노동개혁법안이 나오지도 않은 지난해 12월 민노총 위원장 선거 때 ‘2015년 하반기에 10만 명을 동원하는 대규모 시위’를 공약했고, “대한민국을 마비시키겠다”며 지난달 14일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지금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향후 집회와 노동개혁법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한 행동을 지시하는 한 씨를 조계종이 비호한다면 불교를 보는 국민의 시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올해 창립 20주년인 민노총은 광우병 쇠고기 촛불시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투쟁 등 폭력을 앞세운 정치투쟁에 주력해 왔다. 대기업 및 공기업 정규직 노조와 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까지 포함돼 있지만 조합원이 63만 명, 전체 근로자의 3%에 불과하다. 노동 기득권층을 대변한 민노총이 전체 노동계를 대표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경찰은 오늘 오전까지 기다려도 한 위원장이 자진 출두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영장 집행을 해야 한다. 자승 총무원장은 한 위원장이 제 발로 걸어 나오도록 약속을 지킬 책임이 있다.

우리 헌법이나 법률 어디에도 종교시설을 치외법권(治外法權) 지역으로 규정한 바 없다. 민주화 시대에 범법자가 종교시설을 피난처로 여기는 것도 맞지 않는다. 조계종은 2년 전 철도 파업 때 “조계사는 24시간 기도 수행을 하는 신성한 공간”이라며 정치행위나 집회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명동성당이 그랬던 것처럼 이제 조계종도 범법자의 피난처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한상균#조계종#민노총#치외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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