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있어요’…불륜·막장 드라마가 ‘명품 멜로’로 바뀐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2월 8일 07시 05분


SBS 드라마 ‘애인 있어요’. 사진제공|SBS·아이윌미디어
SBS 드라마 ‘애인 있어요’. 사진제공|SBS·아이윌미디어
‘지고지순 순애보’가 막장 이미지 털어내
연출·대본·연기에 인물개연성 등도 공감

SBS 주말드라마 ‘애인 있어요’(사진)는 불륜, 재벌가를 둘러싼 음모, 살인,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 등 그동안 ‘막장’ 드라마에 주로 등장한 소재가 모두 등장한다. 기획의도도 ‘이혼한 전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다’라는 자극적인 문구를 내세웠다.

극 초반 첫 눈에 반해 결혼까지 한 아내를 버리고, 풋풋하고 예쁜 후배와 바람나 아내를 버린다는 내용으로 ‘삼류 불륜 막장’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드라마가 최근 ‘명품 멜로’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어떻게 180도 다르게 ‘이미지 세탁’을 할 수 있었을까.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과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불륜 막장이다” “아니다”라는 누리꾼들의 설전까지 벌어지지만, “고품격 멜로”라는 분위기가 더 우세하다.

“막장이 아니”라고 목에 힘줄을 세우는 대부분의 여성 시청자들과 연기자 지진희는 “한 여자만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순애보”가 ‘막장’ 이미지를 털어낸 요인이라고 했다.

이는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시간과 공을 들여 섬세하게 표현한 연출의 힘이기도 하다. 사랑과 분노, 질투 등 인간의 본능과 욕구를 저급하지 않게, 절제된 감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대개 막장극은 개연성이 없어 비난을 받는다면 ‘애인 있어요’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인물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등 개연성을 불어넣으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주어, 서술어가 바뀐 문어체 대사도 한몫했다. 연기자들이 감정을 절제한 체 “잊는 거 보다 사랑하는 게 쉬우니까!” “나 돌아가고 싶어, 당신한테로” “나도 떨려요, 당신이” “생살을 도려내듯 아프다. 네가” “보고 싶은데 보면 안 되겠지? 내가 널”이라는 명대사까지 만들어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7일 “자극적인 코드와 개연성 없는 스토리가 막장을 기준 짓는 요소가 된다”면서 “안정적인 연출력과 대본, 연기자들의 연기, 인물들 간의 개연성 등이 잘 드러나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막장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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