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30대 약진… 경영승계 탄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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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인사 ‘3, 4세 장남’ 전면에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재무 총괄부문장(33·조선·해양영업 총괄부문장 겸직)과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실장(32)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상무가 된 지 1년 만인 올해 전무로 승진했다. 허윤홍 GS건설 사업지원실장(36)은 2012년 말 ‘별’을 단 지 3년 만에 전무가 됐다. 30대 초중반인 이들은 각각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막바지에 접어든 그룹별 연말 인사에서 오너가(家) 3, 4세 경영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재계 1위인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7)으로의 경영 승계 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다른 기업들도 후계 경영인들을 앞다퉈 경영 전면에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 중책 맡긴 뒤 성공하면 승진 수순

6일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한 한화그룹은 김동관 전무의 승진과 관련해 “2월 태양광 계열사를 한화큐셀로 통합해 셀 생산규모 기준 세계 1위의 태양광 회사를 탄생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한화큐셀은 올 3분기(7∼9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정기선 전무는 2013년 현대중공업 부장으로 입사했다가 지난해 상무, 올해 전무로 매년 한 계단씩 승진하고 있다. 지난달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이 이번 승진의 배경이었다.

각 그룹은 이처럼 후세 경영인들에게 실적을 쌓을 기회를 적극적으로 준 뒤 이를 발판으로 사내 영향력을 키워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가 예년보다 3, 4세 경영인의 승진 폭이 더 크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재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그룹 경영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에 놓이면서 오너가의 책임 경영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 삼성의 승계 가시화 영향받은 듯

재계 1위인 삼성이 경영 승계 작업을 가속화한 것이 다른 대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의 상황 판단력과 주도면밀함은 정평이 나 있어서 ‘삼성이 움직인다’는 것을 ‘고(GO) 사인’으로 해석하는 기업이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 전체가 조용한 시기에는 ‘나 홀로 경영 승계’가 튀어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은 사회적 관심이 분산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박용만 회장의 장남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36)을 ㈜두산 면세점사업 부문의 전략담당 전무로 선임했다. 신세계그룹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43)을 총괄사장에 임명하면서 ‘정용진 부회장(47)-정유경 사장’의 남매 경영 시대를 열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40)은 올 초 항공 정보기술(IT) 전문계열사인 아시아나세이버의 대표이사를 맡았고,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31)도 이번 인사에서 신규 임원이 됐다.

○ 내년이 마지막 승계 기회라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각 기업이 경영 승계 작업을 서두르는 배경으로 2017년 말 치러질 대선을 꼽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올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경기가 침체되자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친(親)기업 정서’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는 2012년과 같이 ‘경제 민주화’가 다시 핵심 이슈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선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내년이 경영권 승계의 마지막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고 전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최예나 기자
#대기업#인사#경영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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