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편집인 퇴임
“신경숙 표절 논란은 또다른 시련… 독자와의 소통 등 문제 있었지만
문학의 품위-인간에 대한 예의 지켜”
“(창비는) 미흡하게나마 우리 사회에 흔치 않은 지적 협동체를 구축해 왔다. 이는 제가 후진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유산이며, 앞으로 더욱 분발해 한결같되 날로 새롭고, 날로 새롭되 한결같은 창비를 만들어 달라.”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비 주관 문학상 시상식에서 계간 ‘창작과 비평’ 편집인 퇴임을 공식 발표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77)의 말이다.
1966년 1월 ‘창작과 비평’ 창간호부터 편집인을 맡았던 그는 내년 초 창간 50년을 앞두고 물러나게 됐다. 김윤수 ‘창작과 비평’ 발행인과 백영서 주간도 이날 함께 퇴임을 발표했다. 차기 편집주간은 백 교수의 제자인 한기욱 인제대 교수가 맡게 됐다.
1966년 가을 창작과 비평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50년 가까이 백 교수의 문학적 동지로 함께해 온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는 시상식 축사에서 “백 선생의 공력과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창비는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을 준비하던 최근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창비 50년은 시련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최근 반년 남짓은 정치적 탄압이나 경제적 위기와도 또 다른 시련의 기간이었습니다. 물론 상당 부분 자업자득이며 새로운 각오로 제2의 50년을 출발하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기에 원망보다 감사가 앞섭니다.”
백 교수의 퇴임에 대해 문단은 세대교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앞서 신경숙 씨 표절 논란과 맞물려 문단권력으로 지목된 주요 문학출판사 중 문학동네 강태형 대표가 퇴진했다. 백 교수도 페이스북을 통해 신 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뒤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백 교수는 이날 퇴임사에서 상당 부분을 표절 논란에 할애했다. 그는 “독자와의 소통 능력이나 평소 문학 동료들과의 유대 형성, 사내 시스템의 작동 등에 큰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 소설가의 인격과 문학적 성과에 대한 옹호를 넘어 한국 문학의 품위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고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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