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위선’ 대통령 날선 비판에… 與일각 “만날 호통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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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입법협상 어려워져” 볼멘소리
문재인 “국회 탓하는 게 너무 잦아”… 최경환 “국회 허송세월” 비판가세

이번에는 ‘립서비스’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를 정조준할 때마다 여의도 정치권은 술렁인다. 박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향해 “만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한다. 위선”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배신의 정치 심판”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에 이은 후속작이다. 25일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가세했다. 그는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국회는 자기주장만 되풀이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끌고, 최 부총리가 밀면서 국회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파상공세를 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이 국회를 탓하는 게 너무 잦다. 국민을 적처럼 생각하는 자세로 국정을 이끌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한길 의원은 “정치인 중 박 대통령만큼 립서비스를 잘하는 분이 있나. 따를 자가 없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박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은 표면적으론 박 대통령 발언에 호응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민이 원하는 건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박 대통령의 발언에 야당이 발끈하면서 ‘입법 환경’은 더 나빠진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국회는 립서비스만 한다지만 박 대통령은 만날 호통만 치지 않느냐”며 “이런 상황에서 여야 협상이 이뤄지겠느냐”고 반문했다. ‘호통 피로감’을 호소한 것이다.

원내 지도부는 ‘입법 숙제’를 끝내지 못하면 ‘진실하지 않은 사람’으로 낙인찍힐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다음 달 9일까지 열리는 정기국회 회기 중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본회의는 세 번 정도 남았다. 여당은 야당이 원하는 예산을 ‘당근’으로 내걸고 법안 맞교환을 시도하는 ‘꼼수 전략’까지 세운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회 비판을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장기 포석으로 보고 있다. 야권의 ‘정권 심판론’에 맞서 ‘국회 심판론’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여기엔 딜레마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심판론이 힘을 얻으려면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가 선행돼야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으로는 국회 심판을 내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현역 의원 하위 20% 컷오프와 지역구 20% 전략공천으로 최대 40%의 물갈이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 김 대표 등 비박(비박근혜)계는 “단 한 석도 전략공천은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전략공천을 밀어붙이면 “분당(分黨)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국회 심판론의 파괴력이 커질수록 여권의 분열이 가속화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국회#박근혜#입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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