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이 심상치 않다. 올해 1∼10월 전국에서 건축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60만4340채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3% 늘었다. 연간 주택 인허가 물량은 분당 일산 등 수도권 1기 신도시가 건설된 1990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70만 채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보통 2, 3년 뒤 입주가 이뤄지므로 2017년 입주 물량은 2006년 이후 최대치인 32만 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얼어붙었던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에다 경기 부양을 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 ‘초이노믹스’의 영향에 따른 부동산업계의 ‘짓고 보자’ 바람 때문이다.
입주 시기에 공급량이 과도하게 늘면 부동산 시세가 하락할 수 있다. 2017년 이후 ‘깡통 주택’이 속출할 것이라는 경고가 들린다. 대출금과 전세금을 빼면 남는 게 없어 오도 가도 못하는 하우스푸어가 생길 수 있다. 분양 계약만 해놓고 잔금을 내지 못해 입주를 못 하는 입주 대란(大亂) 우려도 나온다.
현장에선 이미 공급 과잉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 들어 ‘분양 불패(不敗)’로 불리던 서울과 부산의 분양 열기가 예전 같지 않다.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가뜩이나 ‘시한폭탄’으로 지목된 가계부채 잔액이 연내 12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다음 달 금리를 올리고 한국도 따라 올리면 대출이자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이 겹쳐 충격은 일파만파로 커질 것이다.
어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앞으로 신규 주택 수요, 지역 여건 등을 감안해 적정한 수준의 주택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것은 한가하게 들린다. 2017년이 대통령선거의 해여서 부동산 경기를 급랭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예의주시’만 하다가 다음 정부에 폭탄을 떠넘겨선 안 될 일이다. 17대 대선 다음 해인 2008년에도 입주가 한꺼번에 몰린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쳐 후유증이 컸다. 토지 매입과 건설 승인 단계부터 주택 물량을 조정해 ‘깡통 주택’과 가계부채 급증을 막기 위한 범(汎)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