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임원의 퇴직금 중간정산이 제한된다. 올해까지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중간정산을 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는 임원도 근로자와 동일한 조건에서만 퇴직금 중간정산을 할 수 있다.
무주택자가 주택을 구입한다거나 질병 또는 부상으로 6개월 이상 요양하거나 개인회생 절차를 밟는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올해 세법 개정으로 퇴직소득세 부담이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퇴직소득세를 산정하는 방법이 달라져 2020년에는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세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15년 근로자의 퇴직금이 5억 원이라고 가정하자. 올해 중간정산을 할 경우 퇴직소득에서 40%(2억 원)를 정률 공제하고 세금을 계산하면 예상 퇴직소득세는 약 3700만 원이지만, 정률 공제를 폐지하고 공제를 신설한 세법 개정안을 적용하면 예상 퇴직소득세는 최대 8300만 원으로 증가한다.
그렇다면 올해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는 것이 옳은 걸까. 몇 가지 조건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임원 퇴직금은 보통 근속년수, 3년간 평균 급여, 지급 배수(통상3 배수)로 산정이 된다. 산정방법에서 볼 수 있듯 퇴직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쌓이며 임금 인상률을 고려한다면 미래에는 현재보다 훨씬 많은 퇴직금이 발생한다.
법인 자금을 개인이 수령할 때는 퇴직금으로 수령하는 것이 절세 효과가 가장 크며 금액이 클수록 효과도 커진다. 또한 퇴직금으로 수령하는 소득은 분류과세 되기 때문에 종합소득세가 증가할수록 늘어나는 4대 보험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이 1억5000만 원 초과할 경우 세율은 지방소득세 포함 41.8%지만 퇴직소득세는 20%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퇴직금을 더 쌓아 받을 수 있다면 지금 중간정산을 하는 것보다 나중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가진 최고경영자(CEO)라면 올해 중간정산을 하는 것이 좋다. 먼저 머지않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CEO는 근속연수가 오래돼 누적 퇴직금이 많고, 향후 퇴직금 증가액은 많지 않아 올해 중간정산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퇴직금은 인건비 증가로 나타나 법인세가 감소하고 비상장 주식 가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주식을 증여하거나 양도할 때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따라서 자식에게 주식을 이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가지급금을 정리하고 싶은 CEO다. 중소기업 대표들의 재무적인 애로사항 중 가장 큰 것이 가지급금 문제다. 자의든 타의든 사용한 가지급금은 시간이 지나면 암세포처럼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된다. 가지급금은 높은 인정 이자, 법인세 증가, 지급 이자 손금불산입 등의 불이익을 가져오며 결국 CEO 상여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갚아야 할 것이면 빨리 갚는 것이 좋다.
세 번째로 주식을 양도하거나 차명 주식을 회수하고 싶은 CEO다. 중소기업의 경우 관행적으로 명의신탁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명의신탁 해지를 하고 싶어도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고액 퇴직금을 지급하면 주식 가치가 떨어져 양도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임원 퇴직금 중간정산은 향후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는 조건으로 수령하는 것이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효익 대비 비용을 잘 고려해서 올해 퇴직금 활용에 따른 효용이 크다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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