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 여성동아] 하이엔드에서 유니폼까지~ TST 오서형 대표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5-09-14 18:09수정 2015-09-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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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디자인이란 리본 하나에도 이유와 논리가 있어야 해요.”
미니멀리즘 패션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TST의 오서형 대표에게 삼세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빼어난 미모에 한 번, 화려하고 다양한 경력에 두 번, 창조적인 삶에 대한 열정과 이를 실천하는 추진력에 마지막으로 놀랐다. 런웨이에서 영화 세트로, 여성복에서 남성복으로, 그리고 유니폼에 이르기까지 패션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오서형과 나눈 창조적이고 프로페셔널한 삶에 관한 이야기.
오서형 대표는 모든 다양한 경험이 ‘나를 찾는 것’이란 한가지 목표를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옷을 입는 방식이 스타일리시하다. 오늘 룩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평소 즐겨 입는 옷은 대부분 내가 디자인한 TST(True Style & Tailor)다. TST 옷은 대개 정장이기 때문에 캐주얼한 티셔츠나 진 종류로 가볍게 스타일링하고 싶을 땐 대중적 브랜드를 즐긴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에 출장 가면 나와 브랜드에 동시에 필요한 의상을 사기도 한다. 오늘 입은 슈트 베스트는 모던하면서도 시크한 TST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표현한다. 클래식한 테일러링 복식에 반드시 독특한 디테일로 포인트를 주고 재미를 더하는 게 오서형식 룩이다. 심플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특별함을 표현하려고 한다.

미모의 의상 디자이너라는 수식을 붙이고 싶다. 철저한 자기 관리 원칙이 존재할 것 같다.
거창한 원칙 같은 건 없다. 단지 30대에 열심히 근력 운동을 한 것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했다. 요즘은 예전보다 운동 시간이 많이 줄었다. 여러 가지 핑계도 있지만 나이를 속일 순 없는 듯하다. 최근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주 1회를 놓치지 않고 운동하려 노력 중이다.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제일모직 전략기획실을 거쳐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경력이 돋보이는데, 디자이너가 돼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학창 시절엔 피아니스트라는 꿈도 있었다. 한때 피아노는 내 ‘솔 메이트’였다. 여전히 지인들을 모시고 작은 피아노 연주회를 열고 싶은 욕심도 있다. 전공과 직업을 다양하게 바꾼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늘 하나만 추구해왔다. 진정한 나를 찾는 것. 패션 디자인은 피아노를 그만둔 후, 잊고 지냈거나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나였던 것 같다. 제일모직 전략기획실에서 6년 넘는 회사 생활을 한 후 본격적으로 패션을 시작했다. 나를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에서 시작한 도전이었고 열정을 담아 디자인했다. 지금껏 패션 디자이너로 살 수 있었던 이유다.
TST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잠실로 회사를 이전했다. 하이엔드 컬렉션은 더 럭셔리해지고, 유니폼 디자인은 더 논리정연해졌다.

영화, 드라마 의상 디자인 경력도 화려하다.
2007년 TST를 시작한 후 드라마와 영화 의상 분야에서 러브콜이 와 다수의 작품에 협찬했다. 2009년 의상 디렉팅을 맡은 영화 ‘하녀’는 매우 특별한 작품이다. 영화 제작에 내가 일조한다는 사실에 뿌듯하고 신이 났다. ‘하녀’는 영상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영화여서 주인공인 이정재· 전도연의 의상 컬러 하나 정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주인공의 동작 하나 하나까지 신경 썼고 옷이 장면, 배우와 완벽히 조화를 이뤄야 했다. 예를 들면 전도연이 극 중 자살하는 장면에서 공중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에 보호 장비나 스턴트맨을 고려해 같은 디자인으로 여러 벌의 옷을 제작했다. 단 한 장면을 위해 쏟는 노력과 수고가 모여 비로소 멋진 영화로 완성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고생스러웠지만 보람된 작업이었다.


다채로운 경력 못지않게 수상 이력도 많다. 올해 수상한 창조경영 패션디자인개발 부문 대상(국제섬유신문 주최)도 그렇고.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럽지만 더 분발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도 해주는 것 같다. 수상운이 좋은 편이라 지식경제부 장관 표창을 2번이나 받았다. 2012년 장관상은 대신증권 유니폼 디자인으로 대한민국 굿 디자인 시상식에서 수상했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 전자제품 분야의 싹쓸이 수상 속에 패션 분야에서 상을 받아 더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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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이라는 또 다른 영역에 집중하는 이유는?
2010년 한국패션협회로부터 티웨이항공사 승무원 유니폼 디자인 의뢰가 들어왔다. 경쟁을 통해 TST가 최종 선정됐고, 그것이 내 첫 유니폼 작품이었다. 사실 베이징올림픽 당시 SBS 방송단 단복 제작을 요청받았지만 유니폼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지 못해 정중히 거절한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의미 있는 기회를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아 후회스러웠다. 디자이너는 하이엔드 패션과 유니폼을 구별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제품의 이미지와 기능을 표현하는 총체적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각 영역의 기능적 차이와 기술적 문제를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다. 부족하면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 해결 방안을 찾아내면 된다. 그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유니폼 디자인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경영인들은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하고 싶어 한다. 유니폼은 기업의 상징으로서 정체성과 철학을 담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유니폼은 자긍심과 역할에 대한 분명한 명분을 부여하고, 개인과 회사를 같은 철학으로 연결시켜주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조건은 착용자의 편의성이다. 불편한 옷을 입고 하루 종일 일한다고 상상해보라. 정말 끔찍한 일이다.
미니멀리즘을 사랑하는 커리어우먼들이 TST의 단골이다.

컬렉션과 유니폼을 디자인하는 데는 차이가 있을 듯하다.
시작부터 완전히 다르다. 기성복 컬렉션은 디자이너 개인 감성을 바탕으로 시대적 트렌드를 재해석해 세상에 선보이는 작업이다. 그러나 유니폼은 기업의 정체성에서 시작해 착용자의 편의성으로 끝을 본다. 그래서 우선 철저하게 착용자의 근무 환경을 연구(설문 조사나 직원들과 미팅도 서슴지 않는다)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능적·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데, 원단의 기능성을 따진 후 입체 재단을 수차례 거친다. 아무리 멋진 디테일이라도 활동적으로 재현되지 않으면 쓸모없는 디자인이 돼버린다. 예를 들면 리본 디테일을 단순하게 꿰매어 가슴에 다는 것과, 칼라나 몸판에 절개선을 넣어 리본의 끈을 만든 다음 그것을 묶어서 연출하는 방식의 차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좋은 디자인이란 이유가 있는 디자인이다. 감성적 코드나 유행에만 의존하는 단계에 머물러선 안 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여전히 새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을까?
하이엔드 슈트 라인으로 시작해서 유니폼을 통해 대량 생산을 경험했다. 새로운 관심 분야는 영 캐주얼 마켓이다. 철저한 아이템 선별을 통해 차별화된 제품군을 공략하되, 디자이너의 감각이 살아 있는 캐주얼 라인에 도전해보고 싶다. 사업하느라 포기했던 대학원 공부도 다시 시작할 생각인데, 경영학을 전공해 글로벌 시대에 맞는 진정한 일류 패션 기업을 만드는 게 꿈이다.

기획 · 여성동아 | 글 · 심예빈 프리랜서 | 사진 · 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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