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甲질 특권’ 내려놓는 게 국회의원답게 사는 길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일 00시 00분


코멘트
어제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100일간의 일정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여야의 기싸움이 지속되면서 8월 국회에서 마무리했어야 할 2014년도 결산안과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사사건건 여야가 충돌하면서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처리, 국정감사 같은 정기국회의 중요 활동마저 발목 잡힐 공산이 크다.

정치권 일각의 주장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 마음에 들지 않는 국가정보원과 검찰, 법무부, 대법원 등을 길들이기 위해 특수활동비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라면 신종 갑(甲)질이나 다름없다. 특수활동비 개혁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법으로 비공개가 보장된 정부 기관을 건드릴 게 아니라 먼저 국회 몫부터 손보는 게 옳다.

국회는 8800여억 원의 특수활동비(내년 예산 기준) 가운데 약 1%인 80여억 원을 쓴다. 주로 국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국회의장단과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등에게 매달 600만∼5000만 원씩 지급된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지사와 신계륜 새정치연합 의원 수사에서 생활비나 자녀 유학비로 쓴 것으로 드러났듯이 상당 부분 쌈짓돈처럼 사용되는 게 현실이다.

국정감사가 정부와 공공기관의 행정 및 예산 집행 실태를 감사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의원들의 갑질 창구로 변질되고 있는 것도 개혁해야 한다. 야당은 아예 ‘재벌 국감’을 공언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위에서만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150여 명의 기업인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사적 민원 해결의 방편으로 증인 채택을 겁주기도 한다. 대기업에는 ‘회장님’의 증인 채택을 막으려고 의원들에게 로비를 벌이거나, 알아서 비위를 맞춰주는 전담 임원이 있을 정도다.

이런 의원들이 7대 종단의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에 참여해 어제 ‘국회의원답게 살겠습니다’ 선포식을 가진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다. 여야가 늘 싸운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역지사지(易地思之)하겠다고 다짐했다니 이제부터라도 실천했으면 한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국회의원답게 살기의 기본은 선공후사(先公後私)”라며 “저부터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 먼저 생각하겠다”고 다짐해 박수까지 받았다. 박수 값이 아깝지 않으려면 당장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갑질 특권’부터 내려놓기 바란다.
#국회의원#특수활동비#검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