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정委 복귀 막는 ‘노조 패권’ 이대로 두고 봐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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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위원회 복귀를 결정하려던 한국노총이 어제 강경파 조합원들의 회의장 봉쇄로 논의 자체를 하지 못했다. 한노총의 의결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가 노사정위 복귀를 의결할 것으로 예상되자 금속노련, 화학노련 등 조합원 50여 명이 힘으로 저지한 것이다. 이들 강성 노조의 지도부는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등 중요 쟁점 2개를 노사정위 의제에서 제외한다고 확약을 받은 뒤에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노사정위 재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한노총은 4월에도 두 가지 사안을 트집 잡아 노사정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뛰쳐나갔다. 저(低)성과자나 불량근무자에 대한 해고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하는 일반해고 지침과 임금피크제 도입 활성화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 조건 완화는 고용 유연성 확대와 청년 일자리 창출에 핵심으로 꼽히는 사안이다. 이미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이 “정부가 두 가지를 일방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약속하고 노사정위에서 같이 논의하자고 대폭 양보하는 바람에 “핵심을 빼고 무슨 협상이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강성 노조원들이 이마저 걷어차면서 정부에 ‘항복 선언’을 요구하는 형국이다.

금속노련과 화학노련을 구성하는 기업의 정규직 노조원들은 대한민국에서 상위 10% 이내의 연봉과 정년까지 보장받는 기득권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고용과 임금의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는다면 110만 명의 청년 실업자와 600만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점점 갈 곳이 없어진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에 청년 몫으로 참여한 이동학 혁신위원은 “10%의 노동조직은 우리 사회의 상위 10%가 됐다”며 “이들이 전체 수익의 45%를 가져가 양극화 구조가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익집단이 돼버린 이들 ‘노조 패권’ 때문에 노동개혁이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득권 노조를 양보의 길로 이끄는 것이 야당의 할 일이라는 목소리가 커지는 판이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실업수당 등 사회보장체제를 보완하기로 했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대기업들은 청년 고용과 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노동계가 답할 차례다. 한노총 조합원들을 ‘약자’로 보는 국민은 거의 없다. 소속 조합원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한노총이라면 노사정위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노동계가 계속 노사정위를 거부한다면 젊은 세대와 국민의 매서운 심판에 직면할 것이다.
#노사정#노조 패권#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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