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지순]상실의 세대, 청년고용 해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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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출산, 인간관계 포기
한 사람의 삶 전체를 파괴하는 치명적 바이러스 ‘청년 실업’
최저임금 대폭 인상, 채용 할당
대증적-인기 영합적 처방은 더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
노동시장, 교육제도 개혁 없이 청년고용 늘릴 수 없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메르스 공포가 물러나면서 청년고용 문제가 다시 우리 사회의 중심 화두가 되고 있다. 30세 미만 청년의 실업률이 이미 10%를 넘어섰고, 고용률도 50%대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고용된 청년들의 다수는 비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전전하는 이른바 ‘악마의 순환’에 빠져 있다. 현재 직장에서 인턴이나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청년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어 가고, 청년들이 취업하고 있는 일자리의 상당수는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와 사회보험 가입도 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가장 열악한 일자리가 되고 있다.

실업과 비정규직의 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해 허비하는 기간은 많은 청년에게 전 생애적 핸디캡이 되고 있다. 사람은 취업을 통해 자신의 독립적 생활기반을 만들고 가족을 이루는 일상적인 삶의 궤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취업을 하지 못하거나 생활 유지가 어려운 취업이라면 그러한 가능성이 없을뿐더러 근로소득을 저축하여 노후에도 품위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연금과 자산을 확보할 수 없다. 즉, 청년실업은 사람의 인생 전체를 무너뜨리며 장기간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치명적 바이러스이다.

물론 청년실업 문제는 전 지구적 문제이다.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다수에서 청년실업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2013년 OECD 통계에 따르면 전체 OECD 회원국의 24세 이하 청년들의 실업률이 15%를 넘었으며 29세 미만 청년 약 3900만 명이 실업자이면서 직업훈련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위기 후 경기 회복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그 수가 3500만 명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노동시장의 레이더에서 사라지고 있는 청년은 여전히 많다. OECD는 회원국이 연대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청년실업 문제를 지목하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의 일차적 해법은 지속적 경제성장과 이를 통해 대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 경제성장은 기대하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경기 상황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바로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다고 해서, 대기업들에 청년 고용을 강제로 할당한다고 해서 청년실업, 청년 비정규직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단견이다. 대증적이고 인기 영합적인 단기적 처방은 필경 다른 더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대기업의 도덕적 의무를 강화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사회보장, 교육훈련 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고령화시대, 글로벌 경쟁시대에 부적합한 임금체계를 보다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체계로 바꾸어야 한다. 정년 연장을 계기로 논란이 되고 있는 임금피크제 도입은 호봉제에 기반을 둔 임금경직성을 해소해 고용 안정과 신규고용 창출을 장려하기 위한 장년과 청년들의 세대 간 연대(連帶)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둘째, 합리적 인사관리 등 유연한 노동제도 개혁과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조화돼야 한다. 글로벌 경제매체인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은 노동시장 경직성 등 구조적 문제 때문에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청년들을 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만 채용하려는 기업들의 고용 관행에 대한 객관적 원인 진단이 필요하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는 청년들의 최초 입직 시 2, 3년간 해고보호 규정의 적용을 유예하고 있으며 독일의 해고제한법도 6개월 이상 근속한 근로자부터 적용하는데 이것이 청년고용 확대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청년들의 직업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무경험과 이론을 결합한 직업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과 프랑스의 직업교육은 전체 교육과정의 90%가 학교교육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에 일찍부터 학교교육과 기업에서의 실무교육을 결합한 독일은 선진국 중에서도 청년실업률이 가장 낮은 나라의 하나이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교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합하는 개혁이 이뤄져야 하며 대기업과 강소기업을 청년들을 위한 직업훈련학교로 만들어야 한다.

청년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과 노동조합, 그리고 정부는 이제 서로 적이 아니라 청년 취업을 위한 동맹군이 돼야 한다. 개발과 성장의 과실을 향유했던 기성세대의 이기심이 우리의 자식들을 상실의 세대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성할 일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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