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黨靑협력 민심 다독일때… 또다른 난국 부를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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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정치권 강력비판]‘朴대통령 발언’ 전문가 평가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작 정치권의 관심은 박 대통령의 정치권 비판 발언에 쏠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정치권을 시계(視界) 제로 상태로 만드는 도화선이 될 만큼 민감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이날 접촉한 정치권 원로와 전문가들은 정치권을 향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우선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청와대와 여당 간의 대립이 바로 ‘배신의 정치’다”라고 박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 전 의장은 박 대통령이 언급한 ‘배신의 정치’를 빗대 “엄연히 헌법에 삼권분립을 규정하고 있는데 국회의 기능을 무시하는 것이야말로 배신의 정치”라고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와 여당이 다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당청이 정면충돌하는 모습이 연출된 근본 원인은 바로 ‘소통 부족’”이라며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가 국정 현안을 풀어 나가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법적인 절차에 따른 결정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이라면 대통령으로서 정치권을 향해 취할 수 있는 헌법상 조치라는 것이다.

김용직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정치적 욕심을 내는 것은 입법부 본연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입법부가 국가의 전부가 아닌데 사태를 입법부의 관점으로만 보고 월권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행정부의 정책 집행을 정치권이 제대로 협조하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박 대통령으로서는 ‘나를 허수아비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하느냐’고 정치권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거부권을 뛰어넘어 여야 정치권을 정조준했다. “배신의 정치를 국민이 심판해 달라”는 격한 어조로 정치권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거부권을 넘어선 정치권에 대한 질타를 보는 시각은 비판적인 의견이 많았다. 무엇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해 불안해하는 민심을 달래는 일이 급선무인데도 정치권의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는 점을 들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메르스 사태와 경기 침체로 나빠진 민심을 다독거리는 게 국정의 우선순위인데도 (박 대통령은) 한참 어긋난 조치를 취했다”며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윤 교수는 “국회선진화법이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이해, 협조가 수반되지 않으면 국정을 끌고 가는 게 거의 불가능한데 그걸 내팽개쳐 버린 것”이라며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각도로 정치권을 비판한 것은 국가 차원에서 보면 순기능보다 역기능, 후폭풍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박 대통령이 국회와 협력해 국정을 운영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화합과 협력으로 (난국을) 극복하기보다 또 다른 난국을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만섭 전 의장은 당청에 함께 쓴소리를 했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가능성을 부정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했지만 향후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당청 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은 청와대,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두가 국가와 국민을 먼저 바라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유 원내대표도 박 대통령과 함께 간다는 생각으로 소통을 자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용철 교수도 “대통령이 작심 발언을 한 만큼 이젠 당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서로 의견 교환을 활발히 한다면 당청 갈등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황형준 기자
#박근혜 대통령#국회법#거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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