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재기의 동아줄… 55만명 품은 ‘노란우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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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업-소상공인 16.3%가 가입한 노란우산공제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이 폐업이나 사망 등으로 더이상 기존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될 때 임금 근로자의 퇴직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회안전망 제도다. 1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공제 창구에서 한 직원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소상공인이 폐업이나 사망 등으로 더이상 기존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될 때 임금 근로자의 퇴직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회안전망 제도다. 1일 서울 영등포구 은행로 중소기업중앙회 노란우산공제 창구에서 한 직원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서울 광진구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윤모 씨(47). 이전에는 열쇠 잘 맞추기로 소문났던 열쇠가게 주인이었다. 젊었을 때 배운 기술로 2002년 자신의 열쇠가게를 창업해 12년 동안 이끌었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면서 결국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빈손에 기술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 학생인 아이들은 아빠만 바라보고 있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윤 씨를 다시 일으킨 것은 몇 년 전 우연히 근처 자전거가게 주인의 소개로 가입했던 노란우산공제였다. 폐업으로 3600만 원이 지원된다는 것을 안 윤 씨는 이를 종잣돈으로 몇 달을 준비한 끝에 중국음식점을 열었다. 지금은 종업원 4명을 둘 정도로 키웠고, 입구 한쪽에는 ‘전공 기술’을 살린 열쇠가게도 다시 열었다.

○ 열쇠공 아빠 살린 노란우산공제


노란우산공제는 윤 씨와 같은 서민 창업자, 소기업·소상공인에게 임금 근로자의 퇴직금과 같은 ‘우산’을 제공하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사회안전망 제도다. 청년 세대의 취업난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겹쳐 생계형 창업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의 3년 생존율은 53.9%, 5년 생존율은 38.1%(2014년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중소기업 현황)에 그친다. 중소기업청의 2013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월평균 순이익도 187만 원으로 일반 근로자 임금 수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노란우산공제 가입자는 월 5만∼100만 원을 납입하면 폐업이나 사망, 노령(60세 이상, 10년 이상 납부자 대상) 등으로 더이상 기존 사업을 하지 못할 때 연 복리 이자율이 적용된 지급금을 받을 수 있다. 이자율은 분기별로 달라지며 올해 1분기 기준 이자율은 2.4%다. 노란우산공제는 지급금 압류가 금지되고, 상해보험이 2년간 무료로 지원되는 등 혜택이 제공된다.

아버지의 금속부품 가공업체를 이어받아 운영하다 2013년 가공 현장에서 척추 골절 사고를 당한 이모 씨(44)는 노란우산공제 가입을 해둔 덕에 후유장애 보상금 500만 원을 수령할 수 있었다. 이 씨는 “회사원들은 산재보험에 자동으로 가입되지만 나 같은 소기업인들은 비용 부담 때문에 거의 가입하지 않고 있다”며 “보상금의 액수를 떠나서 우리도 믿고 의지할 데가 있다는 느낌에 든든했다”고 말했다.

○ 소득공제 혜택 확대해야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으로 노란우산공제에는 현재 55만여명이 가입해 전체 소기업·소상공인의 16.3%가 이용 중이다. 가입자 중 46.1%는 소득공제가 적용되는 한도인 연 300만 원을 납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10년 납입 시에도 지급금이 평균 창업비용(7252만 원)에 미치지 못해 안전망으로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납입금의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가입 장려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비슷한 제도로 일본에서 운영되고 있는 소규모기업공제는 월 납입액 7만 엔(약 63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적용하고 있다. 1년으로 따지면 우리나라의 두 배가 넘는 756만 원을 공제받는 셈이다.

유영호 중기중앙회 노란우산공제사업본부장은 “소기업·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의 실핏줄로서 기여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의 폐업과 노후에 대해서는 불안한 상황”이라며 “이들이 폐업 후에도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소득공제 확대 등 제도적 지원에 국회 및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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