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은커녕… 월급 147만원 받는 대졸 비정규직 198만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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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되는 청년 고용절벽]

서울의 한 사립대 미대를 나온 심지영(가명·28) 씨는 유치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시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다. 유치원들을 돌며 하루에 3∼5시간씩 수업을 한다. 손에 쥐는 돈은 한 달에 80만 원.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가입은 꿈도 못 꾼다. 현재의 삶도 고달프지만 미래의 삶은 더 막막하다.

통계청이 28일 내놓은 ‘경제활동 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01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1000명(1.7%) 늘었다. 전체 임금 근로자 수(1879만9000명)를 감안하면 근로자 3명 중 1명꼴로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셈이다.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시간제 근로자’가 209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7만5000명(9.1%) 늘어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히 대졸 비정규직 근로자가 198만4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았다.

비정규직 수는 느는데 처우는 악화되는 추세다. 올해 1∼3월 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71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다. 반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147만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2008년 83만 원에서 2010년 100만 원 선을 넘어선 뒤 올해 124만 원으로까지 벌어졌다.

고용의 질을 평가하는 잣대인 사회보험 가입률도 저조하다. 올해 3월 기준 비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37.9%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건강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3월 46.2%에서 올해 45.2%로 하락했다. 월급여가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166만 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사회보험의 보장마저 못 받는 상황이다.

특히 비정규직 가운데 퇴사할 때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을 받는 사람의 비율은 올해 3월 기준 41.6%에 그쳤다. 10명 중 6명은 퇴직급여조차 못 받고 직장을 떠나는 실정이다.

한편 고액 연금을 받는 퇴직공무원들의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돼 사회보장의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비정규직의 열악한 실상과 대조를 보였다.

이날 한국납세자연맹이 공무원연금공단의 연금 수령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매달 받는 연금이 300만 원 이상이었던 퇴직 공무원은 7만8779명으로 2013년(6만7518명)보다 1만1261명(17%)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연금 급여가 월 400만 원 이상인 퇴직공무원은 2013년 1853명에서 2014년 2403명으로 30%(550명) 늘었다.

공무원연금 전체 수급자는 2013년 32만1098명에서 지난해 34만6781명으로 2만5683명 증가했고, 월평균 수급액은 235만 원으로 집계됐다. 납세자연맹은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금리가 1.7%라는 점을 감안하면 월 300만 원의 공무원연금에 해당하는 세후 이자를 받으려면 은행에 25억 원을 예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득 불평등에 따른 사회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4대 구조개혁을 서두르는 한편 청년들의 일자리 질을 높일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경제학)는 “세대 간 부담을 나누는 노동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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