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에 집안배경 작용” 88%… ‘현대판 음서제’ 불신 팽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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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양성제도 점검/여론조사]

2017년 완전 폐지를 앞둔 사법시험 제도에 대해 국민 상당수는 계속 존치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7년째를 맞은 로스쿨 제도에 대해선 입학 절차와 판검사 임용, 로펌 취업 등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동아일보가 23, 24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7명은 법조인 양성제도로 사법시험을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 “내가 법조인 된다면 사법시험 선택” 69%

본인이나 자녀가 법조인이 되고자 할 때 어떤 제도를 선호할지 묻는 질문에 ‘사법시험’이라는 응답(68.8%)이 ‘로스쿨’(21.4%)의 3배가 넘었다.

폐지를 2년 앞둔 사법시험을 선택한 이유로 ‘합격 후 사법연수원 연수과정’을 꼽은 응답자(23.1%)가 가장 많았다. 로스쿨의 비싼 학비 때문에 사법시험을 선택했다는 사람은 11.5%였다. 로스쿨 도입 때부터 자주 지적되는 ‘돈스쿨’ 논란이 실제 선택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응답자의 소득이 많을수록 로스쿨 선택 비율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가구 월 소득 기준 △250만 원 미만 18.7% △250만∼450만 원 21.0% △450만∼700만 원 26.0% △700만 원 이상 26.7%의 응답자가 로스쿨을 선호했다.

로스쿨 졸업자들이 취업할 때 집안 배경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대다수(87.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3.1%에 불과했다. 사법시험 체제에선 사법연수원 성적이 ‘낙하산’의 견제 장치가 됐지만, 현행 로스쿨 제도에서는 실력을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이 모두 비공개여서 취업에도 불공정한 요소가 작용할 거란 의심이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 입학 절차가 불공정하다고 보는 이유로는 ‘부모 재력 등 보이지 않는 요소가 작용해서’ ‘선발 기준의 불명확성’ 등 순으로 대답했다. 응답자의 72%가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조인의 실력은 사법시험 출신이든 로스쿨 출신이든 관계없다는 의견이 다소 많았다(49.0%). 하지만 두 제도 출신 사이에 실력 차이가 존재한다는 응답자(44.1%) 중 절대 다수인 354명은 사법시험 출신이 더 낫다고 답했다. 로스쿨 출신이 더 낫다는 응답자는 87명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법조계 진출 연령대인 19∼29세 층의 사법시험 지지세가 뚜렷했다. ‘법조인 양성제도를 일원화할 경우 선호 제도’에 대한 설문에서 로스쿨 대신 사법시험을 지지하는 의견이 전체의 67.9%였지만, 19∼29세 층은 76.6%로 10%포인트가량 높았다. 정치적 성향별로는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30.6%)가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19.0%)보다 로스쿨 제도를 지지하는 응답이 많았다.

○ 국민 의견 수렴해 제도 보완해야

당초 로스쿨 제도는 체계적인 법학교육을 통해 국제적 감각과 다양한 실무 경험을 갖춘 법조인을 배출해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분 아래 도입됐다. 하지만 이런 취지에도 불구하고 2007년 7월 법안 통과 때부터 비판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당시 야당의 사학법 재개정안과 ‘맞바꾸기식’으로 법안을 처리하면서 국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와 대통령 자문기구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를 거쳐 2005년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여야 견해차로 표류하다가 별다른 여론 수렴 절차 없이 통과됐다.

이번 조사 결과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 응답자 중에서는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의견(63.9%)이 우세했지만, 로스쿨을 선택한 응답(28.2%)도 자영업자(25.1%) 직장인(23%) 무직(16.7%) 등 다른 직군과 비교해보면 적지 않은 편이었다. 본인 또는 자녀가 어떤 제도를 통해 법조인이 되길 바라는지 묻는 질문에 50대(72.8%)와 60대(73.2%)에서 사법시험 선호도가 두드러졌다. 30대(24.8%)와 40대(25.7%)는 로스쿨 선호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현재 한국 외에 로스쿨을 운영 중인 나라는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세 나라뿐”이라며 “독일은 시행 13년 만인 1984년에 제도 자체를 폐지했고, 2004년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은 20% 안팎의 변호사시험 합격률로 인한 ‘로스쿨 낭인’ 문제, 일자리 부족 등 한국과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회의론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로스쿨#집안배경#음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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