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산악인 박영석의 꿈은 계속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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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엔 도전 정신-일반인엔 안전 산악문화 전파”
2016년말 여는 기념관 市에 기부… 인공암벽 등 시민 프로그램 운영

박영석 기념관 조감도.
박영석 기념관 조감도.
6년 전 이맘때였다. 고 박영석 대장(사진)은 험난하기로 유명한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신(新)루트’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 기자는 두 달 반 가까이 박 대장의 도전을 동행 취재했다. 정상에서 내려온 뒤 베이스캠프(5364m)에서 박 대장은 “나머지 히말라야 8000m 이상 13개 고봉에도 새로운 루트를 내는 도전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내가 벌써 40이 훌쩍 넘었는데 언제까지 직접 정상에 오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나는 이제 베이스캠프에 남아 후배들의 도전을 지원하고, 산을 좋아하는 일반인을 위해서도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장은 무서운 집념과 도전정신으로 세계의 오지를 섭렵해 2005년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8000m 이상 히말라야 14좌, 7대륙 최고봉, 세계 3극점을 모두 등반)을 달성했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이 받은 관심과 응원을 사회에 돌려주기로 다짐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박 대장은 2011년(당시 46세) 안나푸르나 남벽에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려고 도전했다가 실종됐다. 가족처럼 지냈던 후배 신동민(당시 37세), 강기석 대원(당시 33세)과 함께였다.

2016년 12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문을 여는 ‘박영석 기념관’은 평생을 산사나이로 살았던 박 대장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곳이다. 박영석탐험문화재단 측은 이 기념관이 준공되면 서울시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김진성 박영석탐험문화재단 상임이사는 “산악인 박영석의 도전과 탐험정신을 청소년에게 알리고, 안전한 산악문화를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공익적 장소인 만큼 서울시에 소유권을 이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박영석 기념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에 연면적은 2300m²에 이른다. 대지면적은 당초보다 500m² 늘어 3000m²로 확정됐다. 서울시가 기념관 건립을 위해 시유지를 추가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지하에는 커뮤니티 라운지, 키즈케어, 산악캠퍼스연구실이 들어서고 지상 1층에는 상설·기획전시실, 커뮤니티 공간, 카페, 기념품 가게 등이 들어선다. 2층에는 도서관, 교육 및 강의공간이, 3층에는 회의실 강의실 사무실 등이 들어선다.

국제규격의 인공암반장이 실외에 설치되고 실내에도 각종 암벽 및 산악 체험시설이 마련된다. 고산지대의 산악 환경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고산체험실도 꾸며진다. 무엇보다 한국의 산악 역사를 새로 쓰다 사고로 세상을 떠난 산악인들을 위한 추모 공간인 ‘추모의 벽’이 설치된다.

건립비는 총 80억 원으로 정부가 50억 원, 마포구가 10억 원을 지원한다. 7월경부터 남은 20억 원을 마련하기 위한 성금 모금이 시작된다.

김 상임이사는 “청소년과 일반인을 상대로 한 산악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해 한국의 산악문화를 이끄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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