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동시’ 출간 출판사, 공식 사과… 논란에 전량 폐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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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5월 6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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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동시’ 논란에 출판사 가문비 공식 사과문
‘잔혹동시’ 논란에 출판사 가문비 공식 사과문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엄마를 씹어 먹어’

열 살배기 초등생의 한 편의 시가 인터넷 상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논란을 빚었다. “창작의 자유를 존중한다”던 출판사는 결국 여론의 뭇매에 백기를 들었다.

6일 출판사 가문비는 ‘어린이 시집 솔로 강아지 논란에 대한 입장’ 제하의 공지사항을 통해 “논란이 된 ‘솔로 강아지’ 도서 전량을 회수 및 폐기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판사 측은 “이번 출간으로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사죄한다”면서 “시집의 일부 내용이 표현 자유의 허용 수위를 넘어섰고 어린이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항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작가의 의도를 존중했고 예술로 발표의 장이 확보 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웠지만 이번 공지를 통해 비난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
‘잔혹동시’ 동시집 ‘솔로강아지’ 중 ‘학원 가기 싫은 날이 논란이다.
‘잔혹동시’ 동시집 ‘솔로강아지’ 중 ‘학원 가기 싫은 날이 논란이다.
앞서 이모 양(10)은 지난달 동시집 ‘학원 가기 싫은 날’을 출간했다.

이 양은 시에서 어머니를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라고 표현했다.

특히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이빨을 다 뽑아 버려, 머리채를 쥐어뜯어”라는 시의 구절은 열 살 소녀의 문장으로 보기 힘들 만큼 자극적이다.

시의 내용이 인터넷 상에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친 ‘잔혹동시’”라는 반응이다.

특히 “시의 내용도 문제지만 삽화를 누가그렸나?, 어른이 그린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이렇게 자극적으로 출간했어야 했나?”라며 출판사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동시집엔 한 여자아이가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 옆에 앉아서 입가에 피를 묻히며 심장을 먹는 삽화가 수록돼 있다.

한편 ‘잔혹동시’의 당사자 이 양의 어머니는 “그 시를 읽고는 아이가 싫어하는 학원에 더 이상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은 이전에도 많은 시를 썼으며, 다른 아름다운 시도 많은데 이 시만 가지고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도깨비뉴스 임성엽 기자 lsy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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