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영란法은 ‘공직부패 척결’의 원래 취지로 돌아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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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 어제 처음 공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법의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권익위 원안의 핵심인 이해충돌방지 규정이 빠져 ‘반쪽 법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장관이 자신의 딸을 부처에 특채해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이해충돌방지 규정은 공직자가 자녀를 고용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친인척 회사에 공사 발주를 하지 못하도록 본인 또는 가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맡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다. 김 전 위원장은 반(反)부패 정책의 중요 부분이 빠졌다며 아쉬움을 표명했다. 또 원안과 달리 국회의원이 제3자의 민원을 전달하는 것을 부정청탁의 예외로 둔 점도 ‘입법 브로커’를 양산할 수 있다며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이 법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지만 언론이 붙인 속칭(俗稱)일지라도 자신의 이름이 붙은 법에 애착이 있을 것이다. 부실 입법을 지적하면서도 ‘일단 시행’을 강조한 것도 그런 애착 때문일 듯하다. 하지만 법이 통과된 지금 그의 의견은 여러 사견(私見) 중 하나다. 인터뷰 요청이 밀려들자 이를 모아 기자회견 형식으로 답했지만 현 국민권익위원장을 제치고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법의 원래 제안자로서 권익위가 다듬을 시행령과 국회의 논의, 헌법재판소의 심의를 지켜보면서 뒤로 물러나 있는 것이 옳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 김 전 위원장은 “뜻밖에 국회에서 추가해 깜짝 놀랐다”면서도 “국민 69.8%가 바람직하다고 평한 조사 결과를 보면 과잉 입법이라든지 비례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법률가의 의견은 다르다. 포퓰리즘적 법률을 견제하는 것이 헌재의 중요한 기능임에 비춰 볼 때 여론조사를 근거로 법률의 위헌성을 따질 수도 없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되고 언론자유를 훼손한 소지가 크다며 헌법소원을 냈고,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은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동아일보가 실시한 ‘국가대혁신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이 ‘뿌리 깊은 부패’였다. 공직을 이용해 사익(私益)을 추구하는 행위가 바로 부패다. 이를 뿌리 뽑으려면 김영란법에서 위헌적이고 과잉입법적인 요소를 걸러내 김 전 위원장이 원래 추구했던 공직부패 척결의 취지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1년 반의 유예기간에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김영란#김영란법#반쪽 법안#입법 브로커#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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