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정연의 대법관 청문회 거부는 ‘운동권 정당의 갑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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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소속 의원들의 집담회(集談會)를 연 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어제 정의화 국회의장이 3월 원포인트 본회의를 해서라도 청문회 개최를 촉구한 데 대해 “4일 자체 검증을 하고 청문회를 할 수 없을 정도인지 이번 주에 판단해 보겠다”고 밝혔다. 엄연히 청문회 제도가 존재하는데 자체 검증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다.

새정치연합은 박 후보자의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검사 전력을 청문회 거부의 이유로 든다. 하지만 당시 박 후보자는 사건을 담당한 서울지검 형사2부의 막내 검사였고, 선배 검사인 신창언 부장은 1994년 국회 표결에서 압도적 찬성표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수사팀 검사였던 안상수 창원시장은 박종철기념사업회 운영위원까지 지냈을 정도다. 사건 이듬해인 1988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야당 의원들이 “수사 잘했다”고 칭찬을 했고, 노무현 정부는 박 후보자에게 홍조근정훈장을 주고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런데도 지금의 새정치연합 사람들이 박종철 사건을 구실로 부적격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자가당착이다. 그러니 같은 운동권 출신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한테 ‘운동권 정당의 갑질’ 소리를 듣는 것이다.

고위 공직 후보자 인사청문제도는 언론 검증을 넘어 국회 차원에서 제대로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따져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적격 여부는 청문회를 열어 판단하면 된다. 2011∼2012년 야당 추천의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부적절한 안보관 때문에 7개월 이상 논란을 빚다 본회의에서 부결됐지만, 청문회는 추천 26일 만에 정상으로 열렸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의혹이 불거지는데도 (여당의) 밀어붙이기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니까 청문회 제도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든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회의든 들 수 있겠지만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가부(可否)를 결론지어야 한다. 그 결과에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다. 청문회 거부는 헌법상 삼권분립의 정신과 국민의 알권리에도 저촉된다. 새정치연합의 청문회 보이콧으로 대법관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대법원의 사건 처리가 지연되면 새정치연합이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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