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욱하면 마구 쏘는 사회, 손 놓은 총기 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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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에서 전모 씨(75)가 재산 분할 문제로 불화를 빚던 형(86)과 형수(84) 등 3명을 엽총으로 쏴 숨지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극이 일어났다. 전 씨의 유서에는 형에 대한 원망과 살해 의사가 담겨 있어 계획적인 살인으로 보인다. 25일 세종시에서 강모 씨(50)가 옛 동거녀의 아버지와 오빠, 현재 동거남을 엽총으로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만에 터져 충격이 더 크다.

두 사건은 가족과 지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경찰에 맡겼던 엽총을 범행에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화성시 사건의 경우 범인 전 씨는 남양파출소에 보관해 오던 엽총 1정을 찾은 뒤 형의 집을 찾아가 범행을 했다. 세종시 사건은 범인 강 씨가 공주경찰서 신관지구대에 맡겼던 엽총 2정을 찾아 저질렀다. 갈등 관계에 있던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자제하지 못하고 충격적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최근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분노 조절 장애와도 관련이 있는 듯하다.

경찰이 관리하는 총기는 엽총 3만7424정, 공기총 9만6259정 등 모두 16만3664정이나 된다. 총기 관리 규칙에 따르면 엽총은 수렵 허가 기간에만 오전 6시∼오후 10시 출고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총기 소지자가 출고한 총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시스템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경찰에 수렵하러 간다고 말하고 실제로는 범죄에 사용해도 이를 파악하거나 예방할 길이 없다. 최근 5년간 경찰청에 자진 신고된 불법 총기가 2만 정이 넘을 만큼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총기도 많다.

현실적으로 총기 소지 자체를 금하는 것이 어렵다면 총기 소지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 경찰청은 폭력 전과자의 총기 소지를 금지하고 총기 보관 경찰관서를 한정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사건만 터지면 급조되어 바로 흐지부지되고 마는 땜질 처방이어서는 곤란하다. 어제 사건으로 숨진 파출소장은 방탄복도 입지 않고 테이저건(전기 충격 무기)만 갖고 현장에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다. 총기 범죄에 일선 경찰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화성시#엽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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